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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해빙기 오나] 숨가빴던 12시간

北 하루전 의사 전달… 양측 아침까지 비밀로

'김정은 전용기' 타고 자체 경호원까지 대동

임수경 의원, 최룡해와 25년 만의 재회도 눈길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지난 4일 남측을 방문한 북한 최고위 대표단이 '김정은 전용기(러시아제 IL-62로 추정)'를 이용하며 '최고 실세'로서의 위상을 과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이날 오전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전격적으로 방한한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은 12시간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

북측의 방문은 3일 오전 우리 측에 전달됐다. 북측은 인천에 머물고 있던 아시안게임 참가 북측 임원진을 통해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이 4일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즉각 청와대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가 소집됐다. 같은 날 오후 북측 대표단의 방문에 동의한다는 뜻이 전달됐으나 남과 북 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의 인천 방문 소식이 알려진 것은 4일 오전9시다.

우리 측은 통일부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도 같은 시간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을 통해 방남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황 총정치국장 등 북측 대표단 11명은 평소와 달리 '김정은 전용기'를 타고 왔으며 자체 경호원까지 대동해 이목을 끌었다.



대표단이 타고 온 비행기는 흰색 바탕에 꼬리 날개와 동체 중앙에 인공기 문양이 그려져 있고 기체 앞부분 창문 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 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용했던 전용기다. 김정은의 전용기는 2대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 최고위층도 이 전용기를 종종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대표단 주변에는 건장한 체격에 감색 양복을 착용하고 스포츠형 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경호원들이 동행했다. 이들은 이동하는 내내 북한 대표단을 둘러쌌으며 특히 공식적인 '권력 2인자' 황병서 주변에 집중 배치됐다. 남측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전용기를 타고 자체 경호원의 경호를 받은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대표단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부각함과 동시에 이들에게 최고 예우를 갖춰 '특사'로서의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북측 대표단은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여야 의원 10여명과 면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참가했던 임수경 의원이 최룡해 비서와 25년 만에 재회해 눈길을 끌었다. 임 의원은 면담이 끝날 무렵 최룡해와 방북 당시를 떠올리며 인사를 나눴고 최룡해는 "옛날 모습 그대로다.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인사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대표단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폐회식을 즐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애국가가 연주될 때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표시하고 각국 국기가 입장할 때 빠른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했다. 또 북한 선수단이 인공기를 흔들며 트랙을 돌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우리 측 인사와 나란히 앉아 폐회식을 관람한 북한 대표단은 정홍원 총리 등 우리 대표단을 다시 만나 작별인사를 전했고 오후10시25분 인천공항에서 평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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