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5만원권이 세상 밖으로 나올 줄 모르는 원인을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저금리 지속으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현금부자들이 자기 집이나 은행 대여금고에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느니, 음성적 금융거래나 정치자금 등이 지하로 숨어들었다느니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난해부터 환수율이 급락하자 정책이 오히려 탈세 등 지하경제 수요를 늘린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세청이 20일 내놓은 올 상반기 세무조사 결과는 이런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추론하기에 충분하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차명계좌를 통한 재산은닉, 현금거래 탈세 등에 대한 세무조사 추징액이 3,18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3.4% 증가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현금보유 성향이 높아진 세태 등만 거론하며 제대로 된 원인분석 한번 하지 않고 있다.
한은이 12월께 5만원권 등 화폐의 거래·보유 목적을 조사한 결과를 공표한다고 하니 이를 계기로 5만원권이 잠적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 마련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돈이 돌아야 소비가 진작되고 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