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의 환전상 수는 1,392개로 1년 전보다 116곳 늘었다.
환전상은 지역 농협과 새마을금고가 환전업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2009년 1,424개(연말 기준)를 정점으로 2012년 1,207개까지 줄었으나, 2013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들어 환전상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데다 내국인의 환전상 이용도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내국인은 환전상에서 외화를 팔 수만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하루 2,000달러 이내에서 외화를 살 수도 있다. 일부 환전상들은 은행보다 유리한 환율 제시하며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환전상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지만 관리·감독은 미흡한 수준이어서 이들이 환치기 등 불법 거래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얼마 전에는 이른바 ‘몸캠피싱’ 조직에 가담한 환전상이 환치기 수법으로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300억원을 중국에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 이런 우려가 더 커졌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4일 화상채팅을 하며 찍은 음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수법으로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760명에게 20억원을 뜯어낸 몸캠피싱 조직원들을 붙잡았다.
이들이 몸캠피싱으로 챙긴 돈을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중국에 있는 주범에게 보내려고 이용한 것이 환전상이다.
환전상이 국내에서 일하는 조선족 동포에게 피싱으로 뜯은 돈을 주면, 조선족 동포가 그만큼의 위안화를 인터넷뱅킹을 통해 환전상의 중국 계좌로 보내는 환치기 수법을 썼다. 환전상은 이렇게 받은 위안화를 다시 중국의 사기조직 계좌로 송금했다.
지난 14일에는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중국 동포의 의뢰로 50억원을 중국에 불법 송금한 20대 여성이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서울 명동이나 남대문 등지의 환전상은 대부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소액 환전을 하지만 중국 동포가 밀집한 대림동, 가리봉동 일대에서 환치기가 성행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몸캠피싱 사건을 수사한 한동수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1팀장은 “환전소는 외환 송금 업무를 할 수 없고, 단순한 화폐 교환만 할수 있는데도 일부가 실제로는 환치기 업무를 하고 있다”며 “피싱조직이 환전소를 이용해 범죄 수익금을 자유롭게 유출해도 감독 당국의 제재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환전상에 대한 외환검사권은 한국은행이 갖고 있다. 관세청은 인천공항과 부산항 등 개항장 내 2개 환전상에 대한 검사권이 있다.
그러나 한은의 환전상 검사는 장부만 살펴보는 식의 요식 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매년 전체 환전상의 20% 정도만 뽑아 현장 검사를 하는 식이어서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는 환전상도 상당수다.
한은은 수사 권한이 경찰에 있기 때문에 환전상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항변한다.
한은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는 한은이 할 수 있는 것은 환전상 등록과 등록 취소, 환율을 제대로 고시했는지 점검하는 업무 등 행정적 조치”라며 “정상적인 환전업무가 아닌 환치기 등의 불법행위는 사법 당국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찰과 한은 사이 제대로 된 정보 교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환전상이 불법 외환거래와 관련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경찰청이 한은에 명단을 넘겨주지 않는 이상 해당 환전상의 환전업무 등록은 유지된다.
한은과 관세청은 지난 2011년 환전상 공동검사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환전상 단속에 협조하기로 했지만 일제 단속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환전상은 2006년 전까지는 인가제로 운영됐지만 지금은 간소한 등록 절차를 거치면 외국인도 쉽게 환전상이 될 수 있다.
환전상은 서울에 611개(43.9%)가 몰려 있으며 호텔숙박업소가 겸영하는 환전상이 490개로 가장 많다. 개인 환전상은 434개, 백화점·마트 등 판매업소가 겸영하는 환전상이 197개다.
/디지털미디어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