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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가짜 편지'의 작성자인 치과의사 신명(51ㆍ사진)씨가 "지난 대선 당시 미국 연방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친형(신경화)이 한국으로 이송되면 선처받을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가짜 편지를 쓰게 됐다"며 "가짜 편지의 배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텍사스에 머물다 검찰 조사를 위한 입국에 앞서 베이징에 도착한 신씨는 27일 베이징 단과 기자회견을 갖고 "홍준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 대표가 가짜 편지 입수 경위 등을 밝히지 않는다면 다음달 5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가 알고 있는 또 다른 배후 인물을 폭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BBK 가짜 편지' 논란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홍준표 의원이 BBK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라고 주장한 김경준씨가 국내로 들어오자 문제의 편지를 내보이며 '기획 입국설'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홍 의원은 기획 입국 의혹의 증거라며 김씨와 함께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한 신씨의 형 신경화(53ㆍ수감 중)씨가 미국에 있던 김씨에 보냈던 것이라며 편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신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7년 대선 당시 지인이던 양모씨가 내 형이 선처받을 수 있다면서 타자로 쓴 편지 원문을 갖고 와 내가 육필로 다시 쓰게 했다"며 "하지만 이후 2008년 BBK 사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양씨가 가짜 편지 사건은 이 의원과 최시중씨가 처음부터 핸들링한 것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가짜 편지에는 '자네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때 '큰 집'이 청와대로 해석되면서 김씨가 당시 여권에서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고 입국했을 것이라는 기획 입국설이 제기됐다.
신씨는 "가짜 편지를 작성한 나는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지만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달 말까지 검찰에 입국하겠다고 말했지만 공정한 수사에 대한 의문과 신변의 위협을 느껴 입국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신씨는 "내가 2007년 11월6일 가짜 편지를 쓴 후에 지인 양씨를 통해 한나라당 당직자 등의 손을 거쳐 홍 의원에게 편지가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씨와는 일면식도 없는데 최씨가 2008년 1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를 만나 여권이 내 형의 감형 선처 등의 각서를 써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발언을 했다"며 가짜 편지 사건이 한나라당의 사전 각본에 의해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신씨는 "지난해 7월께 지인을 통해 홍 의원의 나경범 수석 보좌관이 (기획 입국설 조작 관련해) 나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내가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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