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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세계 경제위기는 미국의 부채 때문"

■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부글 펴냄)<br>美 제국적 권력은 상환할 필요없는 부채에 바탕<br>美 재정적자 유지해야 돈이 도는 비정상적 상황



태초에 돈보다 빚이 먼저 있었다. 수천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주민들은 술집이나 시장에 갈 때 은조각을 갖고 가지 않았다. 그냥 외상 장부 같은 것을 이용했다. 당시 상업은 곧 신뢰였기 대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먼저 생긴 것은 신용화폐였다. 인간관계에 바탕을 이룬 '부채'가 돈보다 먼저였고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는 훨씬 뒤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화폐가 번거롭고 복잡한 물물교환을 대체하기 위해 발명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그런 식의 역사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게 이 책을 펴낸 미국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주장이다. 화폐가 생겨나기 전부터 인간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데 정교한 신용시스템을 이용했으며 물물교환은 화폐 사용의 부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인류 초기의 부채는 늘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는 힘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과정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가 일대일 교환으로 여겨지면서 급기야는 부채가 인간 사회를 파괴할 위협으로 떠올랐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은 역사적으로 신용화폐와 실물화폐의 시기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났다고 말한다. B.C. 7세기 그리스와 인도, 중국에서 거의 동시에 주화 주조가 이뤄졌다. 이후 1,000년간 거대한 제국과 주둔군, 시장의 탄생이 이어졌고 노예를 파는 시장이 융성했다. 이 노예들은 대부분 탄광에서 금과 은을 캐는 작업에 동원됐고 이 금과 은이 다시 군인들에게 월급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저자는 이 시스템을 전쟁-주화-노예복합체라 부른다. 그러다 중세로 접어들면서 모든 것들이 예전으로 돌아간다. 중세는 제국의 붕괴로 시작됐고 경제생활도 종교 권력의 규제를 받게 됐다. 금과 은은 이전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1492년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람들이 탐험과 정복을 하면서 다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과 은의 시대로 돌아가고 거대한 제국이 나타나고 노예가 다시 등장한다. 저자는 닉슨이 달러의 금 태환을 포기한 1971년까지 이 시대가 이어졌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재 가상통화의 문제점을 무엇일까. 현재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경제위기는 부채,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부채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제국적 권력은 상환할 필요가 전혀 없고 또 절대 상환될 수 없는 부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미국의 국가부채는 자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의 국가들도 지켜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약속이 되어버렸고 이것이 세계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대의 돈은 주로 정부 부채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미국이 재정적자를 유지해야 돈이 도는 비정상적인 시스템이 됐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렇게 중요한 부채의 중요성을 주류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이유가 '경제학'이라는 학과의 존재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제학이 오늘날 사회과학 분야에서 특별한 지위를 누리면서 경제학의 기본원칙들이 의문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당연한 지혜로 대접받는 현실이 부채를 소홀히 하게 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주류 경제학의 분석을 맹신하지 말고 부채의 본질 위주로 경제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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