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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샌다] <중> 갈길 먼 물 복지

도시선 '콸콸' 시골선 '졸졸'… 수돗물 혜택 천양지차<br>서울·광역시 급수 보급률 100%에 육박하지만<br>면 단위는 56% 그쳐… 가뭄·혹한 땐 단수 속출<br>수도요금 군위 351원… 정선은 1,356원 등<br>지자체별 최대 4배 차… 부담은 결국 주민몫으로

지난 26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원평리에 파견된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비상용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광역상수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 마을상수도 취수원에 의존하는 이 마을은 해마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자원공사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최근 대한민국 사회가 논란 속에 성취해가고 있는 복지 항목들이다. 양육과 보육, 교육과 일자리 등의 분야에서 포퓰리즘이라는 일부의 날 선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는 줄기차게 복지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인 물과 관련한 복지 실현에 관심을 기울여본 적은 별로 없다.

지방자치단체별 수도 요금은 최대 4배 가까이 차이 나고 특별시를 포함한 광역시와 면 단위 지역 간의 급수 혜택은 40% 이상 차이나 그야말로 천양지차인 상황이다.

가장 기본적 자원인 물 복지의 실현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복지사회로 가기 위해 '무상 시리즈'에 앞서 성취해야 될 복지 1순위는 물 복지다.

◇심각한 급수 혜택 격차=지난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94.1%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깨끗한 수돗물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 수치만 보면 대한민국의 물 복지가 완성단계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통계를 살펴보면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서울시와 광역시의 경우 급수 보급률이 99.5%에 이르지만 면 단위 지역은 55.9%밖에 되지 않는다. 시 단위 98.7%, 읍 단위 89.8%와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다.

하루 급수량도 특별시·광역시와 시 지역은 각각 724만7,000㎥, 737만4,000㎥나 되지만 읍·면 지역은 118만3,000㎥에 불과하다. 전국의 1인당 하루 평균 급수량은 333리터인데 읍·면의 경우 절반을 약간 웃도는 180리터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취약지역의 수도사업은 규모가 영세한 지자체가 운영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운영·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특히 수원·수질 관리가 여의치 않은 산간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 가뭄이나 집중호우 등의 자연재해에도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혹독한 추위가 찾아오는 강원도 태백이나 정선 등 산간 오지에서는 취수원이 얼어붙는 일이 사흘이 멀다 하고 일어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겨울 가뭄까지 닥치면 한 달 이상 급수가 끊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때마다 소방본부와 수자원공사가 비상생수를 직접 공급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강원도 원주시 동화2리의 이장수 이장은 "여름 가뭄 때는 물론이고 해마다 겨울에도 물 부족 때문에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시에서는 별 다른 대책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자체별 수도 요금 격차도 커=시민들이 지자체에 납부하는 지방상수도 요금 역시 격차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광역상수도 요금의 경우 정부가 지자체에 일괄적으로 동일한 요금을 부과하지만 지방상수도 요금은 지자체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요금 격차의 가장 큰 원인은 광역상수도의 보급 여부다. 광역상수도가 보급된 지자체는 싼 값의 수돗물을 수자원공사로부터 도매 형태로 공급 받는다. 반면 광역상수도 미보급 지자체는 자체 수원 개발 비용과 운영비 부담이 발생하면서 생산원가가 치솟아 수도 요금도 올라간다.

광역상수도 보급 여부 외에 지자체별로 수도 요금 격차가 생긴 원인으로는 ▦해당 지역에서의 취수원 개발 용이성 ▦취수원과 물 공급 지역과의 거리 ▦수돗물 생산시설 규모 ▦정수처리 기술 수준 ▦수도사업 경영 능력 및 재정 상태 등이 있다.

수돗물 1㎥당 요금이 가장 낮은 지역은 경북 군위로 이곳의 수도 요금은 351원70전밖에 안 된다. 생산원가 역시 1,187원으로 낮은 편이다. 반면 전국 지자체 중 수도 요금이 가장 높은 강원도 정선의 경우 요금과 생산원가가 각각 1,356원80전, 2,465원에 이른다.

수도 요금만 놓고 보면 가장 저렴한 곳과 비싼 곳의 차이가 3.9배가량이나 나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생산원가는 587원70전, 수도 요금은 514원20전이다.

◇나날이 쌓여만 가는 재정적자=수도 요금 차이나 급수 혜택 격차에 따른 지역민들의 분통과는 별도로 요금의 현실화율(생산원가 대비 수도 요금)이 낮은 지자체들은 싼 물값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갈수록 쌓이는 실정이다.

최근 4년간(2007~2010년) 전국 지방상수도 요금 미현실화에 따른 총 적자 누적액은 2조1,180억원에 달한다. 지자체별 누적 적자는 ▦서울시 2,414억원 ▦부산시 2,381억원 ▦대구시 1,128억원 ▦광주시 480억원 ▦울산시 333억원 등이다.

수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요금 미현실화로 인한 지자체 적자가 이어지다 보니 정상적인 수도시설 투자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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