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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EBS, 어디로 가나

EBS는 어떤 채널인가. EBS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지속되자 이런 담론을 전제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구관서 EBS 사장이 지명된 지도 벌써 2달이 넘었지만 이후로 끝없는 갈등과 비정상적인 상황의 연속이다. EBS 팀장 전원이 보직을 사퇴하며 ‘불복종 운동’을 편 데 이어 직원 623명이 연대 서명을 통해 구 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그 와중에 구 사장은 노조 집행부에 대해 법원에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다. 노조는 “대화는 곧 구 사장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화의 창을 닫고 사퇴 촉구 중이다. 구 사장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임명됐다”며 호텔방을 빌려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양비론’을 펼치기에는 사태의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 노조가 구 사장에 대해 제기한 수많은 문제 가운데 자녀 위장 전입건의 경우 이미 구 사장도 인정한 바 있다. 자녀 사립학교 정교사 특혜임용 의혹, 부동산 소득 탈세 의혹 등 그밖의 수많은 도덕적 흠결에 대해서도 노조의 ‘일방적 마녀 사냥’으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의 무게가 너무 크다. 신임 사장의 도덕적 흠결도 문제지만 우리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EBS의 정체성 확립이다. EBS노조가 구 사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EBS가 단순한 ‘수능 방송’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다. 일반 시청자들과 EBS 구성원들의 현실적 시각차도 이 부분에 있다. 시청률 1%도 채 안되는(하지만 교양프로그램으로서의 완성도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고고한 방송’과 온 나라의 학부모와 수험생이 주목하는 사실상의 ‘학원 방송’ 사이에 EBS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 구 사장 문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도덕적 흠결이 사실이라면 물러나야 된다. 그러나 사장의 용퇴만으로 EBS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고고한 방송’과 ‘학원 방송’이 EBS가 모두 쫓아야 할 토끼라면 교육부와 방송위, 청와대까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시끄럽게 전개되고 있는 사장 선임 문제는 우리 사회가 EBS에 준 사회적 짐이 매우 무겁다는 사실을 전제로 풀어야 제대로 된 해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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