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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5억 황제 노역' 손본다

'허재호 사건' 비난 여론 들끓자

대법 뒤늦게 환형유치제 개선 착수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유례없는 '일당 5억원 황제 노역' 사건으로 사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대법원이 뒤늦게 제도개선을 위한 검토에 나섰다.

대법원은 오는 28일 개최될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에서 현행 환형유치(換刑留置) 제도의 운영에 관한 적정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각급 법원에서 형사실무연구회 등 내부 연구회를 통해 합리적인 운영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허 전 회장에 대한 판결로 재판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 우려를 일으킨 점에 관해서도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형유치는 벌금 미납자를 일정 기간 구금해 일을 하도록 하는 처분이다. 벌금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내야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동안 노역장에서 숙식을 하며 작업을 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통상 하루 5만원선으로 노역에 따른 일당을 계산해 유치 기간을 결정하지만 명확한 규정은 없다. 사실상 법관의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의 선고가 나오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중대한 경제범죄를 저질러 무거운 벌금형을 받은 사람일수록 더 높은 일당과 더 짧은 유치 기간이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번에 논란이 된 허 전 회장의 사례다. 500억원대 법인세 포탈과 100억원대 회삿돈 횡령으로 재판을 받은 허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판결을 통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허 전 회장이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254억원을 감면해주는 대가로 50일 동안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령했다. 무려 하루 5억원이 넘는 '몸값'을 책정 받은 셈이다.

항소심 선고 직후 뉴질랜드로 건너가 호화 해외도피 생활을 누리다 22일에야 입국한 허 전 회장은 앞으로 45일만 더 노역하면 200억원이 넘는 벌금을 모두 탕감 받을 수 있게 된다. 허 전 회장은 앞서 수사 과정에서 체포돼 있던 하루를 노역장 유치 기간에 포함해 5억원을 탕감 받았고 22일부터 지난 4일 동안도 전혀 노역을 하지 않은 채 건강검진과 신입 수용자 교육 등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20억원의 벌금을 탕감 받았다. 광주교도소 측에 따르면 26일부터는 허 전 회장이 실제 노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된 업무가 아닌 구내 청소 등 가벼운 일이 배정된 것으로 알려져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변협의 한 관계자는 "노역장 유치 금액이 사람에 따라 1만배나 차이가 나는 이런 상황은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노역장 유치제도 개선작업은 물론 지역 인사에게 가벼운 형을 내려 소위 '향판제도'라고도 불리는 지역법관제의 문제점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고액 환형유치 금액 판결과 관련한 문제점 개선과 함께 현행 5만원선인 노역장 유치 일당을 최저 10만원으로 높이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열린 형사법관 워크숍에서 올해 기소된 사건부터 노역장 유치 금액을 1일 1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에 대해 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추가 검토를 진행한 후 4월 초께 적용규정 등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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