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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한국 원高 부메랑 올 수도"

"내년 신흥시장 동요땐 안전투자처 부각"

월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내년 신흥국 금융시장이 동요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외국인투자가들 사이에서 오히려 안전투자처로 떠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단말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신흥국의 운명을 좌우했던 월가 자본들의 내년 한국 경제 전망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장기화, 내년 중반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 경기둔화 등 위험요소들이 널려 있어 내년 신흥시장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있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14개 월가 투자은행(IB) 중 대다수는 내년 한국 경제도 외부 악재의 충격을 다소 받겠지만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등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관리 가능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신흥시장 간 차별화에 따른 원화 가치의 엔화 대비 상대적 절상, 중국 경기둔화, 가계부채 등을 3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또 내년 1·4분기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 도발에 따른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오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 하반기 정치권 이전투구 가능성 등을 돌발악재로 꼽았다.

◇내년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는=대다수 월가 IB들은 미국 경제 회복세와 내년 연준 긴축 정책의 여파로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5%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경우 내년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각각 달러당 1,140원, 1,145원을 제시하고 있다.

연준이 긴축에 들어가더라도 금융위기 가능성은 거의 없는 반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전반적으로 한국 경제에 호재라는 것이다. 오히려 월가는 신흥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한국이 '안전 투자처'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했다. 특히 일본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가속화가 최대 리스크로 지목됐다.

골드만삭스는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연준의 금리인상 때는 한국에 예상 밖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며 "원화 가치가 엔화, 유로화, 다른 신흥국 통화 대비 상대적으로 상승하면 수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12월 이래 원화 가치는 엔화 대비 이미 24%나 절상됐다.

BNP파리바나 크레디트스위스·JP모건 등도 "한국은 역내에서 엔화 약세에 가장 취약하다"며 "자동차·기계·철강 등 주요 수출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엔저 지속 때는 수출은 물론 한국 기업의 설비투자 둔화로 내수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도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 수출의 26%를 차지하는데다 다른 신흥국, 유로존 등 다른 지역의 동반 경기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내부 위험 요인으로는 한결같이 가계부채 증가를 첫손에 꼽았다. 바클레이스는 "정부의 경기 부양, 저금리 기조 등에 힘입어 내년 부동산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대출상환 부담으로 내수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내년 수출까지 둔화되면 결국 부동산 시장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내년 1·4분기 금리인하"=이 같은 위험 요인에도 월가 IB들은 내년 한국 경제를 대체적으로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기회복의 수혜가 기대되는데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또 중국·유럽·일본 등의 돈 풀기에 대외 유동성이 개선되고 유가 하락도 내수 촉진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도 대체로 '비중 확대' 의견이 더 많았다.

하지만 해외 경기 둔화, 내수 부진 등의 여파로 경제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됐다. 14개 월가 IB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55%로 올해 예상치인 3.45%보다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국내 기관들의 내년 전망치 평균이 3.7%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 시각이 약간 더 비관적인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3.5%로 내놓은 반면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금융연구원·LG경제연구원 등은 각각 3.6%, 3.7%, 3.9%를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월가 IB들은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부양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BNP파리바·씨티·크레디트스위스·도이체방크 등 절반 정도의 해외 IB들은 내년 올 1·4분기 중 한국은행의 한 차례 금리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엔저가 지속되면 원화 약세 유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금리인하가 이어지고 내년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인 2.5~3.5%를 한참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금리인하 압력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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