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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외탈세 의혹 사실확인이 우선이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 중 일부가 공개됐다. 독립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인 245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주장했다. 이 중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 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등은 실명이 거론됐다. 지난달 검은 돈의 주인공들을 떨게 했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피난처 명단공개 후폭풍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 셈이다.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역외탈세를 했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자금규모와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데다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들의 해명도 나오지 않았고 설립목적도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번 폭로가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뉴스타파 측의 주장이 정말이라면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핵폭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당사자들의 소명이 급선무다. 이 회장을 비롯해 실명이 거론된 인사들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목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이 역외법인의 정당한 활동에 의한 소득인지 아니면 개인돈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 회장의 경우 상당한 자금유용을 시인했다"는 뉴스타파 측의 주장도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역외탈세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만큼 국세청도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포함해 진상을 규명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국세청은 지난달 ICIJ의 폭로가 있은 직후 관련자료 확보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명까지 나왔고 추가 폭로도 예정돼 있다. 역외탈세의 실체에 접근하고 국민의 의혹을 풀 수 있는 기회다.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철저한 조사가 없다면 의혹과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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