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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을 위한 모금은 머슴이 하는 허드렛일이 아니라 리더의 기본 자질입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 등이 대표적인 모금 전문가들입니다."
비케이(Bekay) 안(56)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은 "모금은 사회 약자들을 위한 공익 실현의 출발이기에 리더가 되려는 사람의 과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안 소장은 지난 2001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국제공인모금전문가(CFRE)가 됐고 기부 관련 국제 비영리기구인 유나이티드웨이에서 활동하다 2007년부터 국내 모금전문가 교육ㆍ컨설팅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인 첫 CFRE가 된 KAIST발전재단의 김현수씨도 안 소장의 권유로 시험에 도전했다.
안 소장은 "미국의 거액 모금전문가 중에는 기부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변호사ㆍ회계사ㆍ의사 등이 많다"며 "의사 출신인 김 총재는 다트머스대 총장 시절 대학 발전을 위한 모금에 앞장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며 "미국 대학에서는 모금담당 부총장이 총장보다 연봉이 더 높을 정도로 인정 받고 보람도 크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모금문화가 발전하면서 최근 공익을 위해 거액 모금을 하는 모금개발자를 뜻하는 DP(Development Professional)가 보통명사로 자리잡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한국은 모금하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라고 안 소장은 지적했다. 모금의 기본은 재력가에게 요청하는 것인데 아쉬운 소리 하는 것으로 여겨 사회지도층이 이를 꺼리고 기부자를 찾으려면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을 축적해야 하는데 기록문화가 부실하며 주고받는 품앗이 문화가 강해 모금활동을 체계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란다.
안 소장은 모금전문가의 자질ㆍ역할에 대해 "세금상담을 하는 공인회계사처럼 재력가들의 기부활동을 컨설팅하므로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은 기본이고 법률ㆍ회계지식과 기부자 발굴을 위한 정보력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도 윤리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기꾼에게 칼을 쥐어주는 격"이라고 경계했다. 모금을 하는 우리나라 기관들에 대해서는 "모금전문가를 키우기보다는 당장 결실을 얻기에 급급하다. 대기업들이 세금 내듯 하는 것도 진정한 모금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모금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아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안 소장은 "김현수씨의 CFRE 자격 획득을 계기로 모금전문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스카우트연맹ㆍ국립암센터 등이 우리 연구소에 컨설팅ㆍ교육을 의뢰하는 등 관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는 현재 공인ㆍ비공인 모금전문가가 10만명 정도인데 한국은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300여명은 돼야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최근 모금 요청의 중요성과 노하우를 담은 '애스킹의 비밀, 착한 요정(단열삼열 펴냄)'을 출간했다. 그는 "자산가들을 설득하는 모금전문가는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지난 60년간 미국이 겪은 시행착오를 줄여 한국에 전문적인 기부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ㆍ컨설팅에 주력하겠다. 제2, 제3의 김현수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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