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호샤(사진) 한국GM 사장은 "유럽차 업체들의 재고 떨이와 신차 출시에 따른 착시효과에 가려 있지만 현재 자동차 내수시장은 훨씬 심각한 '위급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가 하루속히 특단의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과 2012년을 비롯해 내수진작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자동차 관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세금감면책을 포함시켰는데 이 같은 카드를 다시 꺼낼 때가 됐다는 얘기다.
호샤 사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 2시간 넘게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국내 자동차 판매규모는 월 15만대 수준인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영향 탓에 실질적인 판매가 줄고 있음에도 내수시장이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지난 6년여간 한국 자동차 시장을 봐오면서 지금처럼 위기감이 고조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달 국내 자동차 내수판매는 14만538대로 전년 대비 2.3% 늘었지만 착시효과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게 호샤 사장의 판단이다.
호샤 사장이 국내 언론과 현안 문제에 대해 집중 인터뷰를 한 것은 3년여 만이다.
그는 "국내차 업계의 판매량 감소는 곧 생산물량 축소를 의미하며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일자리가 줄면 소비와 세수가 줄고 이는 한국 경제에 악재"라면서 재차 자동차 시장 지원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호샤 사장은 그러면서 "'유로6' 시행으로 수입차 업체의 할인판매가 줄고 신차 출시가 뜸해지면 한국 자동차 시장의 위기는 가시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2012년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1.5%포인트 낮췄다. 2008년에는 개소세와 취득·등록세를 깎아줬으며 2004년에도 개소세 인하조치를 단행했다.
호샤 사장이 강조한 '착시현상'은 바로 '유로6'와 '신차효과'다.
우리나라는 9월부터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유로6'를 시행한다. 이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이 옛날 모델인 '유로5' 차량을 대거 할인판매하면서 재고를 털고 있어 판매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BMW와 아우디를 포함한 상당수 수입차 업체들이 대거 할인판매를 실시했다. 국내와 주요 수입차들이 최근 신차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점도 원인이라고 봤다. 새 차가 나오면 판매가 반짝 늘어난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자동차의 '투싼', 아우디의 'A6', BMW와 아우디의 소형 신차 등이 새로 나왔고 기아자동차의 'K5'도 판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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