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간직하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한다는 '파파 프란치스코'식 위로는 진도 팽목항에도 닿았다.
방한 기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만나 귀 기울이고 세례 등 돌발적인 요청도 흔쾌히 받아들였던 교황이었기에 일각에서는 방한 기간 중 교황이 직접 진도 팽목항에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협의를 거쳐 짜인 일정상 교황의 팽목항행은 성사되지 않았다.
아쉬움이 전해졌던 것인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팽목항에서 기다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실종자 가족에게 친필 서명한 편지와 묵주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번역한 편지였다.
편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직 차디찬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열 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하루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실 것"을 신께 기도했다. 그리고 '하느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옆에 자신의 이름 프란치스코를 적어 넣었다.
앞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지난 16일 편지를 통해 "저희 유가족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힘없는 저희를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주십시오"라고 전한 적이 있다. 이에 '힘없고 가난한 자들의 벗' 파파 프란치스코가 화답한 것이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교황은 17일 오전 단원고 2학년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세례를 마치고 함께 있었던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인 김건태 신부에게 친필 서명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편지를 건네주며 교황은 김 신부의 손을 꼭 잡고 "위로의 마음을 꼭 전달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이 쓴 편지와 묵주는 19일 팽목항에 남은 가족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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