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제21회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물의 날은 물 문제에 대한 국제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1992년 리우정상회의에서 제정됐고 매년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국제기구들이 함께 주관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95년부터 정부차원의 기념식과 함께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농업용수 35%가 관리 부실로 사라져
물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물 소비의 대부분이 우리가 먹는 식량을 만드는 데 소비된다. 우리가 먹는 식품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물이 필요하다. 식품 생산에 필요한 물의 양은 쌀 100g에 140ℓ, 빵 한 쪽에 40ℓ, 달걀 한 개에 135ℓ, 사과 한 개에 70ℓ, 치즈 1㎏에 5000ℓ정도다. 게다가 식량을 수입할 때는 재배와 경작에 소모되는 물의 가격까지 포함된다. 이른바 ‘가상수(virtual water)’의 개념이다. 쌀 1㎏을 생산할 때는 3,000ℓ의 물이 소모되며 쇠고기 1㎏을 먹을 때는 물 1만5,000ℓ도 더불어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과 식량ㆍ무역의 삼각관계를 따져 곡물 수입에 따른 물의 사용량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가상수 순수입량이 320억㎥으로 세계 5위 정도가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물 안보와 식량 안보를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277.4㎜로 세계 평균 강수량 807㎜의 1.6배에 달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가용수자원은 세계 평균의 6분의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물빈곤지수(WPI)는 62.4로 전체 147개국 중 43위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7)보다 낮으며 물 스트레스 국가에 속한다. 전체 물 사용량도 1965년 51.2억㎥에서 2011년 333억㎥로 6.5배 증가하면서 최근 물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물 사용량을 분야별로 나눠보면 농업용수가 159억㎥(62%), 생활용수가 75억㎥(30%), 공업용수가 21억㎥(8%)을 차지한다. 특히 농업용수 중 81%가 논 경작에 쓰인다. 물이 부족하면 식량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전세계 10억명의 인구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고 20억명 이상이 최소한의 하수처리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2025년까지 18억명이 절대적 물 부족에 시달리고 전세계 인구 3분의2 이상이 물 스트레스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물 부족은 농부들의 생계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며 물 확보를 위한 갈등도 심해질 것이다. 미래 식량생산은 철저한 물 관리와 새로운 농업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농업용수의 15~35%가 단순한 관리손실로 사라지고 있다. 저수시설이 낡은 데다 물 관리 방법이 과학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을 늘리는 방법은 수자원을 확보하거나 절약하는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먼저 식량과 같은 재화를 수입하지 못해 자급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필요한 물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국가적 안보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홍수 대비와 가뭄시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물그릇 확보가 근본적인 물 관리 대책이 될 수 있다.
적극 투자로 낡은 수리시설 개선 필요
다음으로 물 절약 기술의 개발 등 용수관리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전세계 물 사용의 70%가 논 관개에 사용되며 우리나라에서도 50%가 논 용수에 이용된다. 그러나 논 용수를 확보하고 공급하는 수리시설물의 여건이 매우 열악해 30∼40%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논 용수 시설과 관리개선에 투자해 10%만 절감한다 해도 13억㎥의 신규 수자원을 창출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논 용수에서 절감되는 용수를 생활용수ㆍ공업용수ㆍ소하천과 농촌지역의 환경용수로 공급할 수 있으므로 논 용수의 손실 저감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며 이는 국가 수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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