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늦은 오후에 금융계 수장과 단체장들을 불러놓고 금융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그것도 주말 저녁에 기자들의 눈을 피해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사적 회동'을 했다니 모양새가 영 좋아 보이지 않는다. 현 경제팀의 절박한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경제수장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국민들을 괜한 불안에 빠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최 경제팀은 민간에 무리한 주문을 하기보다 상충되는 정책부터 바로잡는 게 급선무다. 정년을 늘리고 임금도 올리면서 채용까지 확대하라는 식의 앞뒤가 안 맞는 고용정책으로는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편의점 임금이 올라가면 궁지에 몰린 점주들이 아르바이트를 더 채용하기는커녕 점주 아들로 대체할 것이라는 경영계의 쓴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국민은 누구나 해법을 아는 문제를 정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지금 꼬일 대로 꼬인 내수 활성화의 처방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수장의 행보가 국민들에게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모습으로만 비친다면 경제 활성화의 길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최저임금 인상이니 협력사 지원이니 하는 선거철에나 한창 들어봄 직한 구호들이 판치고 있다. 내수시장을 키울 구조조정이나 노동시장 개혁은 뒷전으로 미룬 채 다가오는 선거나 의식하다가는 나라 경제만 골병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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