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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 얘기만 하는 금융혁신TF
입력2011-07-21 17:35:37
수정
2011.07.21 17:35:37
지난주 서울 정동의 한 식당.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혁신태스크포스(TF)가 은행연합회 등 금융기관 이익단체 다섯 곳의 부회장을 불러모았다. 당초 계획보다 두 달 이상 공개를 미루고 있는 혁신 방안에 대해 시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부회장들은 전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TF가 마련한 혁신방안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간담회 이전은 물론 당일에도 TF측은 아무런 자료를 준비하지 않았다. 당일 구두로 전달된 내용 역시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두 가지 쟁점(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금융감독원의 제재ㆍ심의 권한 이양)이 전부였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이익단체 부회장은 "자기들이 필요한 것 일부만 보여주고 시장 의견을 묻겠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업계 의견을 수렴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일갈했다.
시장 의견을 듣겠다고 전문가들을 불러놓고 결국 자기 얘기만 하고 간 이번 간담회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우왕좌왕만을 거듭하는 금융혁신TF의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다급하게 팀을 구성한 탓에 논의가 즉흥적이라는 지적부터 이해 당사자들인 정부 측 입김으로 제대로 된 혁신 방안이 나올 수도, 섣불리 공개할 수도 없다는 비판까지. 금융혁신TF를 둘러싼 잡음의 큰 줄기인 즉흥성과 불투명성이 이번 간담회에서도 그대로 문제가 된 것이다.
물론 금융체계의 근간을 뜯어고치기 위한 작업이기에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고 논의 일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스스로 이른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공언해놓고 차일피일 공개를 미루는 것이나 시장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해놓고 제 얘기만 하고 가는 모습에서 금융혁신TF의 진정성은 점점 신뢰를 잃고 있다.
금융혁신TF는 다음주 금융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또 한번의 비공개 간담회를 실시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제 얘기만 하고 만다면 금융혁신TF의 신뢰성은 더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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