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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인천 검단 신도시 개발방침이 확정되기는 했지만 이 지역 주민들에게 신도시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니다. 이미 인천시가 확고한 개발의지를 갖고 지난 6월 지구지정을 신청하는 등 신도시 개발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차이점이라면 이번 신도시 확정으로 개발일정에 한층 속도가 붙고 국가가 관리하는 국책사업으로 위상이 올라 광역교통망 등 기반시설 설치가 보다 수월해진다는 정도다. 어차피 지난해 ‘8ㆍ31 대책’에서 수도권 신규택지 1,500만평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던 정부로서도 검단만큼 입맛에 맞는 대규모 택지를 찾기 힘들었을 터였다. 그럼에도 판교ㆍ동탄ㆍ송파ㆍ김포ㆍ파주 등 기존 2기 신도시에 비해 입지여건상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인천 검단지역이 하루 아침에 집중조명을 받게 된 것은 상당 부분 정부의 ‘깜짝 발표’ 덕이 크다. 구체적 내용은 베일에 가려진 깜짝 발표와 언론의 경쟁적 추측 보도가 아니었다면 검단은 ‘그저 그런’ 수많은 신도시 중 하나로 묻힐 수 있었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결국 인천시가 자체 추진하던 것과 공급효과 면에서 별다른 내용 변화는 없는데도 정부가 갑자기 나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투기심리만 들쑤셔놓았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주택수요가 원하는 지역이 아니라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던 지역에 공급만 잔뜩 늘린다고 집값이 잡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검단은 ‘강남 수요를 유입할 수 있는 곳’이라던 추병직 건교부 장관의 언급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설사 공급효과를 본다고 해도 최소 4~5년 후에나 기대할 일이라는 비판이 적지않다. 그러나 숱한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존 경기 지역이 아닌 인천, 그것도 개발에서 소외돼 있던 서북부 지역을 신도시로 점찍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지금까지 서울 강남에서 판교ㆍ분당ㆍ용인ㆍ화성으로 이어지는 ‘경부축’에 개발이 집중되고 이들 지역이 집값 상승을 견인해왔던 패턴에 큰 변화가 일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수도권 서북부의 거점 주거지 역할을 해왔던 일산을 중심으로 파주-김포-검단-청라-송도까지 주거축을 잇는 ‘서부 대개발’이 본격화된다는 의미다. 이들이 점차 탄력을 받을 경우 수도권 동북부의 포천ㆍ동두천 등으로까지 개발효과가 퍼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주택보급률 106%가 넘고 주거수요도 많지 않은 곳에 아파트만 많이 지어본들 분당ㆍ일산급 신도시로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자칫 신도시 공동화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족기능을 갖추는 게 신도시 성공의 핵심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의 본사ㆍ지사를 최대한 많이 유치해 오피스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특수목적고 등을 설치해 교육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검단 같은 곳은 수도권의 균형발전 가능성과 공동화의 가능성을 모두 안고 있는 입지”라며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집만 지을 게 아니라 강남처럼 테헤란로를 형성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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