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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벤처버블의 교훈

지난 95년 말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한 뒤 제일 먼저 정부에 요청한 것은 기술계 기업들의 직접 자금조달과 회수를 위한 코스닥시장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일반 전통 제조기업들은 공장부지와 건물ㆍ설비들이 재담보가 돼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벤처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임대사무실을 빼면 설비라고는 개인당 PC 한대가 고작이고 비용의 대부분이 연구개발(R&D)비와 인건비로 지급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할 만한 게 아예 없었다. 에인절(angel)인 개인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인 투자기관에 투자 회수를 시켜줄 방법이 없었다. 기업은 성장과정에 따라 필요자금이 확대되고 있었지만 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성장의 한계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제3시장이 있었으나 지금의 프리보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이 90년대 중반까지 기술계 기업의 사업환경이었다. 벤처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금융지원 인프라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출범한 코스닥시장이 96년 개설된 후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다. 코스닥시장의 역사는 벤처기업의 본격적인 성장과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 기술은 있으나 사업성과가 미약한 벤처기업들의 특성에 맞게 등록규정을 완화해 거래가 시작됐다. 초기에는 홍보가 되지 않아 하루 거래량 1주로도 상하한가를 왔다갔다하는 신뢰하기 어려운 시장이었으나 점진적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벤처기업들은 97년의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함께 한국의 지식정보화 사회를 앞당기는 생태계를 갖춰나갔다. 비록 IMF를 맞았지만 신산업 성장동력의 첨병이 됐으며 세계에서 IMF를 가장 빠르게 졸업하게 되는 동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IMF를 경험하면서 벤처는 한국 경제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지나친 관심과 기대 속에 99년 5월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시장은 급속히 팽창했다. 그해 10월 기준으로 하루 거래량이 1억주를 넘어섰고 하루 거래대금도 1조원을 돌파했다. 심지어 10월20일에는 장중 한때 코스닥지수가 2,900선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IT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해 불과 9개월 만에 코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80% 이상이 빠진 525포인트까지 폭락했다. 이 시기를 필자는 ‘벤처버블의 시련기’라고 부른다. 벤처인들은 코스닥지수가 2,000선이 넘는 신기루를 현실로 인식했고 이것이 고점이 아니라 계속 상승 중인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1세대 벤처인들의 경우 경영판단의 실수가 있었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도덕적 해이로 몰렸다. 지금의 우리 벤처업계는 이 추억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이후에는 이런 버블이 없을 것이다. 벤처기업협회는 그 후 5년 동안이나 침체에 빠져 있는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 및 간접투자 확대’ ‘코스닥기업에 대한 M&A제도 개선’ 등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부실기업의 조기퇴출 요건을 강화하되 기술력과 성장성 등을 판단해 상장하도록 하는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코스닥시장의 특성을 강화해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대책이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코스닥시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상장기업의 수익성 개선, 간접투자문화 확산 등으로 재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코스닥시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감시가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할 것이다. 기업의 투명성, 투자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자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벤처기업도 코스닥시장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여전히 코스닥시장은 많은 벤처기업의 희망이자 현실이다. 투자자와 더불어 성장하는 추억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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