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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갈등 해결 첫걸음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권정혜 고려대 부부상담센터장


"부부 간에는 풀 수 있는 것보다 풀 수 없는 문제가 훨씬 많습니다. 갈등 해소의 핵심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하다 보면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부부갈등 문제 해결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고려대 부부상담센터의 권정혜(55) 센터장은 8일 "성격 차이 없는 부부는 없는 만큼 어떤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타협하고 조정해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고대 심리학과 교수인 그는 수많은 부부 문제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인력으로 어떻게 해보기 힘든 상황이 많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고 털어놓았다. 부부갈등 유형만 해도 성격 차이, 가정폭력, 외도, 경제 문제, 상이한 성장환경, 이기주의, 컴퓨터 중독, 무시ㆍ소외감, 배우자 가족과의 분쟁, 가부장적 문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는 것. 이 중 60대 후반의 한 부부는 아내가 시댁식구들을 모두 건사했는데도 남편이 경제권도 안 주고 매사를 간섭해 갈등이 심화됐고 30대 맞벌이부부는 시어머니가 부부 사이에 계속 개입해 신뢰가 깨져 센터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마음의 대화를 할 줄 몰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많은 부부들은 밖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쪽 입장에서 생각하는데 가정에서는 자기 편한 방식대로 하며 배우자의 감정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왜 내 맘을 몰라주나'라는 원망이 커져 문제가 꼬인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사업을 한다는 핑계로 아내를 파출부 정도로 취급했던 50대 남편이 아내가 바람나 부부관계가 파탄위기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화해한 사례를 들었다. "남편은 처음에 엄청난 분노를 표출했으나 사업도 기운데다 아내를 무시하고 내팽개쳤던 자신의 잘못도 컸다는 것을 이해하고, 아내도 남편이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무척 힘들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으면서 화해의 실마리를 찾았죠." 권 센터장은 부부갈등의 심화와 관련해 "사회가 물질만능, 성취지향적으로 바뀌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핵가족화로 중재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갈등이 심한 경우 상처 받고 맺힌 게 많아 때론 격한 감정이 고구마 올라오듯 줄줄이 분출되고는 한다"며 "하지만 상대방의 문제점만 보면서 비판ㆍ비난하려는 욕구를 억제하고 겉으로 나타난 행동 이면에 숨어 있는 관심사와 심정이 무엇인지 헤아려보고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부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배려하고 대화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배우자를 귀하게 여기고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야말로 갈등을 푸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한편 권 센터장은 서울대 심리학과를 나와 미국 UCLA에서 임상심리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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