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국내 피해자들에게 고엽제를 제조한 미국 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 판결이 나왔다.
염소성여드름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고엽제 때문에 해당 질병을 얻게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후두암 등 다른 질병은 고엽제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심과 달리 미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2일 김모씨 등 베트남전 참전 한국군인 1만6,579명이 고엽제 제조사인 미국 다우케미칼과 몬산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참전군인 중 염소성여드름 질병을 얻고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끝나지 않은 피해자 39명에게 제조사가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항소심에서 승소한 나머지 5,188명에 대해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염소성여드름은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될 경우 발병하는 특이성 질환으로 다른 원인에 의해선 발병하지 않는다”며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이 후유증으로 함께 주장한 당뇨병과 폐암, 후두암, 기관암, 전립선암 등에 대해선 “이 질병들은 후천적 요인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으로 고엽제 노출로 발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 등은 다우케미칼 등이 생산한 고엽제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청룡·맹호·백마부대 작전 지역인 광나이·퀴논 등지에 뿌려져 이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피해를 봤다며 1999년 9월 사법사상 최대 액수인 5조원대의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참전 군인들의 질병이 고엽제 때문에 발병했다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도 지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후두암 등 11개 질병에 대해 고엽제와의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한 후 소송을 제기한 2만615명 중 6,795명에게 상이등급에 따라 1인당 600만∼4,600만원씩 지급하라고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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