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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자동차를 빌려 타는 개인 장기렌터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취업과 결혼·육아 부담에 짓눌려 목돈 마련이 쉽지 않은 젊은층이 늘어나는 한편 단기간에 다양한 차를 즐기려는 소비 욕구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규모는 3년 새 최대 9배가량이나 급증했다. 수천만원이 필요한 일종의 재산처럼 여겨지던 자동차의 구매·소유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렌탈의 핵심 브랜드인 KT금호렌터카의 개인 장기렌터카 대수(이하 8월 말 기준)는 지난 2011년 3,200대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2만694대로 급증했다.
과거에만 해도 법인 차량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탓에 개인 장기렌터카 비중은 10%가 채 안 됐으나 올해 전체 장기렌터카(8만5,324대) 중 개인 비중은 24.3%까지 늘어났다.
SK네트웍스의 성장세는 더 무섭다. 2011년 1,500대밖에 안 됐던 개인 장기렌터카는 2012년 3,600대, 2013년 7,700대, 2014년 1만3,000대 등으로 매년 2배 정도씩 폭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SK네트웍스의 전체 장기렌터카 대비 개인 비중은 50%에 육박한 상황이다. AJ렌터카 역시 2011년 이후 매년 33~60%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개인 장기렌터카 시장의 확대는 사회경제적 여건과 소비자 구매 욕구의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취업난으로 젊은층의 사회 진출과 결혼·출산 등이 동시에 늦어지는 가운데 목돈 마련이 여의치 않은 20~30대가 장기렌터카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장기렌터카는 1년 이상 렌털회사로부터 차를 빌려 타는 경우를 뜻하며 리스 차량과 달리 보험에 별도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보증금·선수금 등의 초기 비용 부담도 훨씬 적다. 또 사고가 나거나 차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리 기간 동안 같은 등급의 차량이 무상으로 제공될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차량 점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울러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차종을 바꿔가며 타보고 싶어 하는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등록 대수가 2,000만대를 돌파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를 감안하면 장기렌터카 시장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KT렌탈의 인수전에 SK네트웍스와 GS홈쇼핑·한국타이어 등 다수의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시장 잠재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장기렌터카 수요가 늘면서 단기 대여보다 짧게 30분 단위로 차를 빌리는 카셰어링 고객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실제 KT렌탈의 카셰어링 브랜드인 그린카의 이용객 수는 지난해보다 올해 세 배나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 여건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면서 자동차의 개념 자체가 소유에서 이동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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