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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DTI 완화대상 서둘러 선 그어줘야

"난 집도 없고 빚도 없다." 요즘 직장인 사이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말이다. '취직을 하면 결혼하고 집을 사야 한다'는 말이 안정된 사회생활의 출발로 당연시되던 게 불과 몇 년 전인 것 같은데 이제는 집이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빚을 내 산 집은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고 자칫 빚의 대물림이란 악순환에 빠지지 않을까 라는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판도라 상자'를 건드렸다. 얼어붙은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버티고 버티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일부 완화ㆍ보완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계 부채 때문에 풀지 못한다"고 말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내수시장 활성화를 핑계로 슬그머니 빗장을 열었다. 하지만 정부의 DTI 완화정책 발표는 오히려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당장 주택 거래를 부추기진 않겠지만 심리적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들도 보완책이 어떻게 발표될지에 따라 움직여야 하지 않겠냐며 한발 비켜섰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 시나리오는 명확해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시점을 놓치거나 정책의 실효성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타깃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는 오히려 시장 신뢰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 '손을 놓고 있을 때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지적하는 것처럼 수습하지도 못할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부작용에 대한 검토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유럽 재정 위기 등에 따른 장기 침체기인 상황에서 자칫 풀린 돈은 강남 버블세븐 지역 등으로 쏠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정부가 애초 바랬던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따른 주변 산업의 내수 활성화보다는 투기를 부추기는 쪽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실수요자에 대한 판단도 명확해야 한다. 시장에서 우려하듯 자산가를 대상으로만 DTI 규제가 선별적으로 완화될 경우 내 집 마련이나 집을 넓혀가려는 진짜 실수요자인 3040세대가 소외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9시간 45분 동안의 끝장토론의 의미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막힌 정책의 물꼬를 대통령이 직접 터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직접 턴 정책의 물꼬가 내수 활성화로 갈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후속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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