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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21일] '미소금융'이 미소 지으려면
입력2009-09-20 18:57:39
수정
2009.09.20 18: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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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21일] '미소금융'이 미소 지으려면
문승관기자 (금융부) skmoon@sed.co.kr
올해 말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 사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판 '그라민은행'인 미소금융재단이 출범한다. 기존의 소액서민금융재단을 확대 개편해 제도권 금융회사가 외면하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소액자금을 빌려줘 재기의 기회를 주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말 그대로 미소(美少ㆍ아름다운 소액대출) 사업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의 문턱조차 못 넘는 820만 저신용자들에게 미소재단의 설립은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재원 마련 문제다. 2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7,000억원의 휴면예금을 제외하면 나머지 1조3,000억원은 대기업과 금융권에서 받아야 한다. 은행은 사실상 강제 할당이라며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또 대출관리가 잘 안돼 재원이 부족해지면 다시금 대기업과 금융권에 정부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자칫 '준조세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담보나 보증인이 없기 때문에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자칫 좋은 취지의 제도가 좌초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따라서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대출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창업지원 및 자활마케팅 ▦대출ㆍ회수 등 사후 관리 ▦상담업무가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중장기 방안이 필요하다.
은행권도 볼멘소리만 하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 단지 금융기관으로서의 사회적인 책무 때문만은 아니다. 은행권이 하기에 따라 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은 대출 회수율이 99%에 달하고 매년 흑자 행진을 벌이고 있다. 당장 국내 대부업체들도 저신용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도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지 않은가.
더 근본적으로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의 활성화보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ㆍ새마을금고 등을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막대한 특혜를 받고도 서민 대출에는 인색해 '무늬만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코 친서민정책을 하나 내놓았다고 자랑할 때가 아니다. 미소금융이 진정으로 미소(美笑)짓도록 정교한 사후관리로 내실을 채우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이번 기회에 서민금융의 근본 틀을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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