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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용산역세권 개발] 서울시 뒷짐·시행사 집안싸움·주민 보상 난항… 3중 덫에 신음

市, 통합개발 요구서 분리개발로 선회… 사업 발목<br>시행주체 드림허브, 보상 재원 싸고 대주주간 갈등

지난 5월 계획설계 발표회를 갖는 등 순항하는 듯 했던 용산역세권 개발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서부이촌동 보상재원 마련을 위한 자금조달 방식을 둘러싸고 주주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당초 통합개발을 요구했던 서울시가 주민반발을 명분으로 분리개발로 급선회하면서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전경 ./서울경제DB


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이 다시 난항에 빠졌다.

애초 서부 이촌동을 포함한 통합개발을 요구했던 서울시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분리개발' 로 방향을 선회하며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사업 시행주체인 드림허브 PFV(프로젝트금융회사)는 서부 이촌동 보상재원 마련에서 촉발된 자금동원 방식을 두고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특히 코레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부 이촌동을 사업에 편입시켰던 서울시는 시장이 바뀌면서 태도가 돌변해 오히려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통합개발을 요구했던 서울시가 주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발표하고서 이미 4개월 이상 지났다"며 "이 기간 동안 사업은 실질적으로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이촌동 주민수렴안 무기한 연기=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예정됐던 시와 용산구, 드림허브의 분리개발안 주민의견수렴안 태스크포스(TF) 회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주민의견수렴안은 서울시가 드림허브와 용산역세권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으로 서울시는 모든 인허가 절차를 주민의견을 수렴한 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애초 예정에 없던 주민의견수렴안을 사업 인허가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이미 드림허브는 2009년 토지소유자의 56%에 대해 사업동의서를 받아 법적으로는 사업 추진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개발법상 56%의 동의를 얻은 통합개발안을 뒤엎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반대주민의 목소리가 워낙 거센 관계로 최대한 법 테두리 안에서 주민설명회와 의견 청취를 진행하기 위해 세부 일정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시행사 갈등 심화…통합개발 요구한 서울시는 뒷짐=하지만 서울시가 절차상 불필요한 주민의견수렴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업 진행이 전면 중단됐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 안팎에서는 서울시의 주민의견수렵 작업을 사실상의 주민재투표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서부 이촌동을 포함한 통합개발은 서울시가 코레일에 요구한 것. 지난 2007년 당시 코레일은 차량기지 부지 44만2,000㎡만을 용산역세권 국제업무단지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련 인허가 과정에서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오세훈 전임시장의 한강르네상스∙서해아라뱃길사업을 연계시킬 것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일반상업지역의 주거를 허용하지 않는 등 국제업무지구의 용적률 및 주거비율을 높여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인허가권자가 사업 초기부터 깊숙하게 개입한 것이다. 코레일이 통합개발안을 받아들이면서 서울시는 2007년 12월 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를 내세워 드림허브와 '사업협약서'도 체결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박원순 현 시장이 취임하면서 태도가 바뀌었다. 애초 통합개발을 무리하게 요구한 시가 이제 와서 주민들을 앞세워 분리개발을 언급하며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드림허브가 제출한 '사업계획변경안'은 서울시가 접수도 하지 않고 돌려보내기도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개발사업이 지연될수록 사업 시행자와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며 "분리개발이든 통합개발이든 애초 서울시가 엉키게 한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드림허브는 대주주 간 집안싸움=서울시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도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고 있다. 드림허브는 토지대금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하루 이자로 4억원을 납부하고 있다. 사업이 5개월여 지연되면서 금융비용으로만 600억원가량 지출됐다.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의 비용이 늘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드림허브 역시 사업지연에 따른 비용 발생과 일부 주민들과의 보상안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내홍을 앓고 있다. 대주주인 코레일은 이미 용산 철도기지창을 우선 개발하는 단계적 개발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통합개발을 추진하는 롯데관광개발과 갈등을 빚고 있다. 또 서부이촌동 보상재원 마련을 위한 자금 조달 방식에도 이견을 보이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7일 열렸던 이사회는 이들 대주주 간의 갈등으로 상정된 안건이 처리되지 못하고 40분 만에 폐회됐다.

드림허브의 한 관계자는 "애초 통합개발이 추진되면서 서부 이촌동 보상과 자금 조달이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서울시의 갈등 조정 역할이 절실한데 오히려 갈등을 방조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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