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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격화되는 미얀마 쟁탈전

지난 1일 미얀마 보궐선거에서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이 예상된다는 소식에 미얀마 국민들은 수치 여사의 초상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40여년간 이어지던 군부 독재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기쁨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한때 동남아를 호령하던 조국의 영광도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추지 못했다.

봉쇄 카드로 군사 정권을 압박하던 서방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앞으로 2년에 걸쳐 민간정부에 1억5,000만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보내 양국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는 한편 금융 제재의 빗장도 풀기로 했다. 일본도 20년간 중단해온 대미얀마 차관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들 서방국가들은 민주화 지원이라는 명분을 엎고 미얀마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구 5,900만명의 내수 시장, 낮은 인건비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미얀마는 중국과 태국 등과 맞붙어 있어 지정학적 요충지로 통한다. 그동안 군사 정권을 지원하면서 미얀마를 안방쯤으로 여기던 중국은 서방권의 대중 포위 전략이 현실화되면서 더 바빠졌다.



미얀마 민주화와 맞물려 동남아의 정치ㆍ외교ㆍ경제 지형도가 소용돌이에 휘말린 셈이다. 반면 서방세계나 중국의 이 같은 급박한 행보 속에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굳이 꼽자면 행정안전부가 5월 중에 미얀마 지방자치단체 두 곳에 새마을 운동을 전수하기로 한 정도다.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한국의 발전모델을 이식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우리 정부는 지난 2010년 기준으로 미얀마에 총 550만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지원했다. 금액은 많지 않지만 미얀마 원조국 가운데 9위에 해당한다. 나름대로 물밑에서 미얀마 진출의 품을 들여온 셈이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계획이나 외교적 밀착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비해 우리 정부의 행보가 다소 한가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미얀마로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뜨거운 러브콜이 끝난 뒤에 움직였다가 뒷북만 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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