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츠는 겨울 멋쟁이들의 필수품이지만 너무 꽉 끼면 혈액순환을 막아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를 유발할 수 있다.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여성 직장인 김모씨(26) 씨 매년 겨울이면 어김없이 부츠와 타이트한 레깅스를 즐겨 착용했다. 최근 다리에 피로감과 부종이 심해지더니 푸른 핏줄이 보여 병원을 찾으니 결국 하지정맥류란 진단이 나왔다.
하지정맥류는 정맥혈관 내 판막의 이상으로 피가 고여 뭉치면서 다리의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정맥은 말초 모세혈관부터 심장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 이때 혈류를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는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이 역류되고 정체돼 다리에 굵은 혈관이 튀어나오게 된다.
초기에는 핏줄이 비치거나 머리카락 굵기로 불거지지만 증상이 악화되면 라면발 굵기에서 우동면발 굵기로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온다. 하지정맥류는 진행성질환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튀어나오는 혈관의 굵기는 점점 커지고 피부염이나 피부궤양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주로 교사나 점원 등 오래 서 있는 직업군에서 발병률이 높지만 최근엔 하이힐이나 부츠, 몸에 꽉 끼는 레깅스 착용 등으로 하지정맥류를 호소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다.
김미라 대구 그랜드미래외과 원장은 “꽉 끼는 부츠는 무릎 아래 부위를 전반적으로 압박해 종아리근육을 옥죄기 때문에 근육의 움직임이 줄어들게 하고 수축된 상태가 굳어지게 만든다”며 “평소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거나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라면 부츠를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 초기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겉모습은 일반 스타킹과 비슷하지만 발목으로부터 허벅지로 올라가면서 압력이 서서히 약해지도록 특수 설계(점진감압방식)를 해서 정맥의 피를 심장으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김미라 원장은 “점진감압방식으로 설계된 의료용 스타킹은 착용시 시원함 느낌을 받고, 장기간 신고 있으면 종아리가 날씬해지는 미용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며 “다만 착용에 앞서 질환의 정도에 따라 압력의 강도를 선택해야 하며 체중 및 키에 적절한 제품을 착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조건 고탄력 스타킹을 신었다가는 오히려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전문의로부터 진료를 받고 착용 패턴을 가이드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하지정맥류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면 수술적인 치료가 불가피하다. 정맥혈관 내에 레이저 광섬유를 삽입한 다음 레이저로 정맥의 내막을 태워 정맥을 막거나 수축하는 레이저 수술, 문제가 되는 혈관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근본적 수술법이 있다. 레이저 수술의 경우 흉터가 거의 없는 게 장점이지만 심한 상태라면 혈관제거수술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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