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과 문화재청은 27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의 수사 공조로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미국으로 유출된 한국 최초 지폐인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을 국내로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제 수사공조로 문화재가 국내로 돌아오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동욱 검찰총장과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다음달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성 김 주한미국대사로부터 호조태환권 원판을 전달 받을 예정이다.
호조태환권 환수 절차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이 지난 2월 호조태환권 원판을 경매처리한 미드웨스트 옥션 갤러리 대표 제임스 아마토를 장물 판매 혐의로 긴급 체포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국토안보수사국은 7월 몰수 절차를 완료하고 호조태환권 인쇄원판를 환수한 것이다.
호조태환권은 화폐개혁을 단행하면서 구화폐를 회수할 목적으로 발행한 일종의 교환표다. 조선 고종 30년(1893년) 상설 조폐기관이던 인천 전환국은 50냥ㆍ20냥ㆍ10냥ㆍ5냥 등 4종류의 호조태환권을 찍기 위해 원판을 만들었다.
이 중 이번에 환수하게 된 10냥짜리 원판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라이오넬 헤이스가 입수해 미국으로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 15.875㎝에 세로 9.525㎝, 무게 0.56㎏의 동판으로 제작된 10냥 원판은 중앙에 '십냥'이라는 글자와 조선 왕실을 의미하는 세 발톱을 가진 용 2마리와 꽃 문양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검찰은 앞으로 수사공조를 통해 미국 외 다른 외국으로 유출된 국내 문화재 환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청과 문화재청은 호조태환권 인쇄원판의 성공적 환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도 유기적으로 공조해 미국으로 유출된 문화재의 국내 환수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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