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이미 지난해 4·4분기 동부건설·대한전선·모뉴엘 등 3대 부실기업 악재로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았다. 올 들어 경남기업 외에 대한전선·SPP조선·성동조선 등 4개 부실기업에 이달 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금액만도 1조2,550억원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지원 여부를 놓고 정치권 등 외부 압력을 이유로 판단을 흐려서는 안 된다. 은행이 건전성 악화 우려를 키우지 않으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기업의 회생 가능성만 면밀히 검토해 구조조정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우리은행이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SPP조선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런 면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민·신한 등 5개 시중은행이 회생 가능성이 없다며 채권단에서 발을 뺀 것과 달리 우리은행만 나선 것은 정부 눈치를 본 게 아닐까.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14년 말 23조8,000억원으로 2013년 말 대비 2조원 감소했다. 하지만 부실채권의 기업여신 비율은 88.0%에서 88.7%로 오히려 올라갔다. 가뜩이나 저금리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이 지금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뇌관만 더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정부도 고용에의 악영향을 걱정해 좀비기업들을 방치해온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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