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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슬픈 등굣길 … "아직도 옆에 있는 것만 같아요"

■ 단원고 3학년 수업 재개<br>운구차량 교내 들어서자 묵념<br>치료프로그램 위주로 운영<br>학생들 교사 건강 걱정하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24일 노제를 마치고 학교 교문을 나서는 세월호 희생 학생 운구차량 옆으로 등교를 하고 있다.
/안산=권욱기자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임시 휴교에 들어갔던 단원고가 24일 3학년 수업을 재개했다.

이날 오전7시30분 학생들이 삼삼오오 등교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짝을 지어 웃으면서 걸음을 재촉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학생들의 표정은 어둡고 우울해 보였다.

몇몇 학생들의 가슴에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검은 리본'과 실종자들이 기적같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등굣길에 만난 김모군 "등교하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 2학년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아직도 살아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국의 고3 학생들이 대학입시 준비로 여념이 없을 때지만 이들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슬픔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듯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공부가 손에 잡히지를 않아 집에서 쉬는 동안 온종일 뉴스만 봤다"고 말했다.

혼자 학교 교문을 들어서기 무섭다던 이모양은 20분 넘게 학교 앞 편의점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가 오지 않자 수업을 시작하기 직전에야 다른 친구와 간신히 교문으로 들어섰다.

조모·최모양을 실은 운구 차량이 잇따라 학교에 들어오자 등굣길 학생들은 걸음을 멈추고 묵념을 했다. 한 남학생은 운구차 행렬이 지나가고 나서도 한참을 눈을 감고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선생님들은 등교하는 아이들을 안아주며 위로했다. 등교 지도를 하던 선생님들은 100m 앞까지 나가 등교 관심에 놀란 아이들을 직접 데려오기도 했다.

이날 단원고 3학년 학생 505명 가운데 480명이 등교하고 25명이 결석했다. 결석 학생 가운데 발인 참여 19명, 유족 5명 등 장례나 추모 행사에 참여한 학생이 24명에 달한다. 개인적 사유로 순수하게 결석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이날 수업은 비교적 차분하게 치료프로그램과 학교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욱 단원고 회복지원단장과 김학미 3학년 부장교사, 정운선 정신건강센터장 등 3명은 오전11시50분 학교 정문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학생들의 등교 후 생활 모습을 전했다.

이 단장은 "치료프로그램 위주의 첫날 수업에서 학생들은 침착하게 전문상담 인력이 진행하는 심리치료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학미 3학년 부장교사는 "걱정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한 단원고 교사들은 무겁고 침통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을 안아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등 아이들의 성숙한 모습에 눈시울이 불거졌다"고 첫 등교 분위기를 전했다.

정운선 단원고 정신건강센터장은 "사고 당일인 16일부터 3명의 심리지원 상담사가 학교에 파견돼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걱정했던 것보다 학생·학부모들이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치료 과정에서 학급담임과 학생들의 감정이 동일시되는 현상을 발견했다"며 "담임이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면 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고 반대로 교사들이 건강한 모습을 보이면 반 학생들도 침착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교사들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유족들의 가슴 아픈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나 단원고의 정상화를 위해 진도에 남아 있는 교사들의 조기 복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보면서 어른들이 아무것도 구조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편지 쓰기 시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특히 '편지쓰기 시간'에 기자를 꿈꿨던 한 3학년 학생이 '기자들에게 전달해달라'고 쓴 편지를 읽었다.

이 학생은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이라며 기자의 꿈을 접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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