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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성추행' 순찰현장 동행 취재해보니…

추행당한 수치심 때문에… 피해 여성들 "나몰라라"<br>의심행위 적발하고도<br>친고죄 따라 입건 못해<br>단속팀 "맥이 탁 풀려요


8일 오전8시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 지하철 역내는 출근 인파가 몰려 크게 붐볐다. 이승범 지하철 경찰대 수사3팀장이 이끄는 단속팀원들의 얼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때 인파 속에 묻혀 있던 한 남성이 갑자기 대열을 이탈해 뒤쪽 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자신이 쓴 안경과 휴대폰을 번갈아 만지던 그는 주위를 살피더니 한 여성의 뒤로 바짝 다가섰다. 이 팀장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이 팀장은 다른 곳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단속반원에게 연락을 해 수상한 남성을 포위하라고 지시했다. 그 남성은 세 명의 형사들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열차를 탔다. 그는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으로 앞 여성의 엉덩이를 툭툭 치더니 이후 가끔 왼손을 여성의 허벅지에 갖다 대기도 했다. 이 팀장은 “성범죄 혐의자들이 적발시 혐의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주로 쓰는 수법으로 가방을 통해 전해오는 촉감을 느끼면서 욕구를 해결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여성이 동대문역에서 하차할 때까지 그의 성추행 의심행위는 계속됐다. 그러나 수사팀은 이 정도 상황에서는 현행범으로 체포하기에 미약하다는 판단을 하고 피해여성의 증언을 확보하기로 했다. 여성이 자리를 뜨자 단속반은 두 팀으로 나뉘어졌다. 한 팀은 남성을 계속 쫓았고 다른 한 팀은 성추행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을 뒤따라갔다. 성범죄는 친고죄로 분류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신고나 동의 없이는 입건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피해의심 여성은 “나는 잘 모르겠다, 바빠서 가봐야 한다”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단속 팀은 맥이 풀렸다. 남성을 쫓던 조정철 경사로부터 “충무로역에 내렸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이 팀장은 하는 수 없이 철수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 팀장은 “성추행 현장을 분명히 목격했지만 피해여성이 수치심 때문에 모른 척 하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뜨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이럴 때면 솔직히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추행을 당하면 불쾌감을 강하게 표시하거나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문자메시지로 112에 신고할 것”을 주문한 뒤 종로3가역 수사대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 경찰대는 수사1대와 수사2대로 나뉜다. 이날 단속을 벌인 수사3팀은 수사1대 소속으로 강북의 지하철 역들이 관할이다. 이수역에 있는 수사2대는 강남지역 지하철 역을 맡고 있다. 각 수사대는 4개 팀으로 구성되며 팀당 5명이 배치돼 있다. 현재 8개 팀 40명의 인원이 4조2교대로 지하철 순찰업무를 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검거된 성추행범은 1,192명으로 지난 2009년에 비해 77.6% 증가했다.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철을 맞아 성추행 사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경찰은 7일부터 예방순찰과 단속활동을 강화하는 등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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