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는 마법의 탄환은 없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의 아베 신조 차기 정권의 성장 드라이브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세수감소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한 물가상승률 2% 달성정책도 부작용만 남긴 채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아베 자민당 총재가 내년 3월까지 10조엔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돈 풀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지난 20일 재무성은 올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세수가 지난해의 42조8,300억엔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의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과의 영토갈등으로 일본 기업의 수익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세수가 전년보다 축소되기는 3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세수에서 추경예산의 상당부분을 충당하려던 아베의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어쩔 수 없이 아베가 이미 위험수위에 오른 국가부채를 늘리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일본의 국가부채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37%에 달할 것으로 보여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는 이를 우려해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한 상황이다.
아베 총재가 주로 의존할 수 있는 방법은 BOJ가 디플레이션 국면 탈출을 위해 내년 1월에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1%에서 2%로 올리면서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2%라는 목표치를 달성하기도 어렵고 설사 되더라도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OJ가 무리하게 푼어놓은 시중자금이 개인의 소비촉진과 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임 민주당 정권부터 BOJ는 8차례에 걸쳐 총 66조엔의 자산매입기금을 증액했지만 이 중 상당수는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다시 BOJ의 금고로 흘러 들어갔다. 이 때문에 소비ㆍ투자 유인책이 없는 무조건적 양적완화는 결국 큰 득을 못 보고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BOJ가 국채와 회사채ㆍ부동산채권 등을 대량 사들이면서 리스크를 전부 떠안고 있다는 점과 정책금리가 이미 제로 수준이기 때문에 재정정책과 병행해 써야 할 통화정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특히 BOJ가 돈을 찍어 국채매입을 대폭 확대해 정부에 돈을 쥐어줄 경우 국채금리 하락을 초래해 국채투매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심지어는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턱 없이 낮아 애초에 물가상승률 2% 달성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일본이 물가상승률 2%대를 유지했던 1990년대 초반 잠재성장률은 4%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0.5%에 불과하다. 시장조사 업체 미즈호의 야마모토 야스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 2%는 경제성장률이 적어도 2%는 돼야 달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사 물가상승률 2%를 이루더라도 임금상승률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97년부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는 매년 평균 6.8%씩 떨어진 반면 임금은 두 배에 가까운 12.2%나 하락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아베는 20일 공무원의 임금을 줄여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돈 풀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본경제가 워낙 오랜 기간 경기침체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2% 물가상승률 달성까지는 무리더라도 이 같은 화끈한 돈 풀기가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경기침체 탈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다. 과거 민주당 정권과 달리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한 공공사업에 지출을 집중한다는 점이 디플레이션 탈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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