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경제분석가들은 전세계 136개 도시의 현재 홍수 방비 수준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오는 2050년 예상되는 20㎝의 해수면 상승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런 수치가 정확한 예보나 예측은 아니지만 "현재의 홍수 방비를 현실에 맞춰 개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리케인 샌디로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지 10개월 만에 나온 이 보고서는 이들 도시 가운데 미국의 마이애미와 뉴올리언스, 뉴욕이 특히 취약하며 이 세 도시의 홍수 피해 규모가 136개 도시를 합친 것의 31%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세 도시가 이처럼 취약한 것은 미국이 해안 보호 뿐 아니라 운송 인프라 재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인프라 프로젝트의 각기 다른 측면을 담당하는 지방, 주, 연방 기관들에서 정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500억달러를 방조벽과 제방 높이기 같은 침수 대비에 투자한다면 피해의 대부분은 피할 수 있겠지만 이런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는 어려운 숙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침수 대비가 제대로 된다 해도 2050년 침수 피해액은 600억~6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또 홍수에 대비가 전혀 안 된 것보다 부적합한 대비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방조벽의 길이가 너무 짧을 경우엔 방심과 주택 밀집 건설로 유사시 피해가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가 해안선 개발 정도를 `보수적'으로 평가했을 뿐 아니라 생태계 피해는 계산에 넣지 않고 해수면 상승에 따른 홍수 위험 증가만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예상되는 피해 규모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에 대해 해양생태학자들은 해안 습지나 사구, 맹그로브 숲, 산호초 같은 생태계의 재난 방비 가치가 고려되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어떤 해안 지역이 가장 취약한지를 밝힌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 보고서의 주요 검토 대상이 콘크리트 구조물 인프라 투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홍수 방비 현실화 전략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생태계에 의한 보호를 통합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맹그로브 숲이나 해안 습지는 다가오는 폭풍의 에너지를 일부 흡수해 방조벽에 부딪치는 파도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러나 이 모든 보호책이 제대로 마련된다 해도 최악의 경우는 있을 수 있으므로 빈곤국 등이 큰 재난을 당했을 때에 대비한 위기 관리 및 복구 관리, 국제적 협력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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