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 교재와 강의에서 수능 문제의 70%를 내겠다는데 그렇다면 교과서는 왜 만듭니까. EBS 교재 구입해서 그걸로 수업하면 되지. 또 고3 교사들은 EBS 강의 감독만 하라는 겁니까?" '스카이에듀'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온ㆍ오프라인 입시업체 ㈜현현교육의 이현(47) 대표는 기자와 만나자마자 수능시험과 EBS 강의의 연계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에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중학교 윤리교사 출신인 이 대표는 EBS에서도 오랫동안 강의했다. 공교육에 대해 늘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는 그가 EBS 수능 강의를 강화하는 데 이처럼 비판적인 이유는 합리성이 결여된 정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됐는데 아무리 EBS가 공영방송이라지만 특정 출판사의 교재에서 국가시험을 낸다는 것이 교육적으로 타당한 일이냐"며 "EBS 교재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나온다면 수능은 운전면허 시험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도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교육당국의 정책 기조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정부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면서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것이 초등학교 3학년 영어수업 도입과 국제중 설립, 특수목적고 확대다. 지난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이 실시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어 하나는 잘해야 한다는 심리가 생겼고 이 때문에 월 등록비가 80만~150만원 하는 영어 유치원과 자녀를 유학 보내고 홀로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연간 10조원이 넘는 초등학생 사교육비의 근원이 외국어고 등 특목고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불필요한 선행학습을 시키는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는 "수학이나 영어듣기평가 등 외고 입학 시험이 워낙 어렵게 나오다 보니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학원들의 공포 마케팅이 먹혀들었다"면서 "국제중까지 만들면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EBS 수능 강의 강화는 사교육업체의 인터넷 강의(인강)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40%나 증가했던 현현교육의 스카이에듀 인강 매출도 올 1ㆍ4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 대표는 매출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정공법으로 현 상황을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교과서에 근거해 기출 문제를 분석하고 교과서를 완벽하게 이해하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