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그룹는 13일 오전 부산시청 26층 회의실에서 부산 북항 재개발지에 카지노시설을 포함해 최대 5조원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샌즈그룹 계열인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의 조지 타나시제비치 사장은 "아직 진행 초기 단계지만 투자 모델과 사업성을 지켜본 뒤 괜찮다면 수십억달러를 투자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며 "싱가포르의 사례처럼 이미 관광 인프라가 이뤄진 부산에서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가 건립되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에는 서병수 부산시장도 함께했다.
샌즈그룹은 지난해 1월 부산을 방문해 북항 재개발 지역과 동부산관광단지, 가덕도 복합휴양타운 예정지 등 복합리조트 건설 후보지를 둘러봤다. 특히 30만㎡ 규모의 사업부지 확보와 오픈카지노 허용 등을 투자조건으로 내걸고 그동안 부산시와 협상을 벌여왔다.
한가지 걸림돌은 샌즈그룹이 서울에서처럼 복합리조트 내부에 오픈카지노 설치를 요구한 것이 여론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샌즈그룹 측은 "싱가포르의 경우 범죄자,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자 등의 내국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부산에 카지노 건립이 진행되면 가족의 신청으로도 출입을 제한하는 등 내국인들의 안전한 여가생활을 위해 출입통제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서 시장 역시 "샌즈그룹의 복합리조트는 중국 등 외국인 유치를 위해 부산시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며 "샌즈그룹의 오픈카지노에도 동의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부산시와 샌즈그룹이 이날 공동으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한 것과 관련해 답보상태를 보이던 오픈카지노 허용 문제에 대해 양측이 전향적인 의견접근을 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선 강원랜드만 유일하게 오픈카지노로 운영하는 정책을 유지해온 상황에서 부산에 제2의 오픈카지노가 설립되면 강원 지역은 물론 시민여론의 반발이 커 샌즈그룹이 오픈카지노를 고집할 경우 투자 자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역 관광 업계나 컨벤션 업계 등은 샌즈그룹의 투자 소식을 반기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은 벌써부터 사행성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내국인의 출입횟수, 베팅 금액 등을 제한하고 가족들의 요청으로 출입제한을 두는 형태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 진행 과정에서 면밀하고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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