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의 환율변화가 급격하다. 두 나라 모두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꼼꼼히 따지고 잘 대응해야 한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경기부양을 위한 일본판 양적 완화정책이다. '잃어버린 20년'의 주범,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려면 돈을 대대적으로 풀어서 '돈을 들고만 있으면 손해 본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가 그렇게 믿으면 물가와 자산가격이 오르면서 기업투자와 소비확대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웃나라 경제가 좋아진다는데 싫어할 이유는 없다. 다만 엔화약세 속도가 문제다. 올 들어 달러 대비 가치하락이 13.5%로 하락률 기준 세계 1위다. 지난해 12월부터 계산하면 무려 30%나 떨어졌다. 빠른 엔화약세는 우리나라 수출에 빨간 신호등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평균 40%로 높고 철강ㆍ화학ㆍ자동차 등 일부 산업은 60~70%나 된다. 정보기술(IT) 등 일부 산업을 빼면 품질경쟁력이 뚜렷하지 않아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경제를 뒤흔드는 첫 번째 위협은 북핵이 아니라 아베노믹스"라고 했을 정도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초강세다. 이달 들어 19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6.2위안까지 치솟았다. 수출증가 등 뚜렷한 회복조짐을 보이는데다 외국인의 직접투자와 위안화 강세에 배팅하는 해외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위안화 강세는 엔화약세와 반대로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최종재가 아니라 IT부품과 같은 중간재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안화 강세로 중국수출이 줄면 우리가 수출하는 중간재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환율은 어떻게 될까. 수준과 속도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시적이 아닌 추세적 변화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처음에는 엔화약세에 대한 찬반논란이 많았지만 최근 닛케이 지수가 40%나 급등하고 대도시 부동산이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옹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일본에 국채를 팔아야 하는 미국은 지나친 엔저만 아니면 용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엔화가 약세를 보였던 1990년대 중반 역플라자합의 때는 1995년부터 5년간 엔화가 80%나 절하됐다. 위안화 강세도 장기적 추세로 판단된다. 펀더멘털상의 수급뿐 아니라 내수확대를 위한 위안화 강세유도가 필요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에도 위안화 강세는 필수다.
엔화약세, 위안화 강세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에 주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장기플랜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금리통화정책을 쓸 때에는 늘 환율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성장동력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민관 공동의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정보통신기술(ICT) 활성화와 효율적인 수출지원 인프라 등이 그 예다. 또 수출시장다변화, 중국내수에 대한 집중공략 등도 서둘러야 한다. 1990년대 중반 엔화약세 이후 우리경제가 IMF위기에 빠졌던 것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