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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1월 27일] 軍은 먼저 손에 쥔 예산부터 잘 쓰길

북한의 기습 도발에 군은 제대로 손도 못 썼다. 연평도에 북한이 수백발의 포탄을 발사할 때 우리 군은 K-9 자주포 3문만으로 대응사격을 벌였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병사들은 레이더의 데이터를 토대로 수작업으로 포격할 목표물을 계산하는 만큼 대응시간을 까먹어야 했다. 이제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서해5도 방위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강화하는 데 쓸 돈이다. 이미 오는 2011년 예산안에서 편성된 국방예산은 31조3,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얼마나 더 많은 예산을 넣어야 하는가. 당장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의 내년 도입 예산은 8조원을 상회하며 최초 설정한 사업비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번에 13분 대응이 늦은 이유에 방위산업체와 군 당국 간 엇박자가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경제신문 주최 좌담회에서 밝힌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방위산업체가 만든 레이더통신시스템과 군의 자주포 지휘시스템은 서로 코드를 공개하지 않아서 연동되지 않는다. "군이 방위산업체에 끌려가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그의 문제제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예산만 늘려준다 해서 국방력 강화로 직결될 수 없는 현실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게다가 올해 9월 말 현재 국방 획득사업 예산 중 절반도 집행하지 않은 사업이 전체 66개에 달하는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이에 해당하는 사업에는 내년에도 예산이 편성돼 있다. 이 예산이 내년에도 불용상태로 남아있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4대강사업 예산을 삭감해서 국방 예산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폐허가 된 연평도를 복구하고 주민대책을 마련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여기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려면 다른 분야에서 쪼개 쓰는 일이 불가피하다. 4대강사업 예산이라고 예외는 없다. 그런데 정부에 손을 벌리고 싶으면 먼저 씀씀이에서 새는 데는 없는지부터 따지는 게 우선이다. 기껏 계획을 세워 예산까지 짜줬는데 그대로 쓰지도 않는다면 누가 예산을 증액해달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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