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은행 중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은 없으며 자본확충 요구를 받은 은행들도 민간으로부터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은 19개 대형은행에 대한 재무건전성 테스트인 스트레스 테스트 발표에 앞서 가진 PBS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덕분에 은행들의 재무상황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것으로 잠정 확인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이 실렸다. 은행들은 최근까지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부담으로 대출을 축소하는 등 금융중재 역할에 소홀했다. 재무부의 살생부 리스트에서 빠지는 것이 은행의 지상과제가 되다 보니 은행 본연의 업무가 뒷전으로 밀렸고 이는 실물경기 회복을 늦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7~10개 은행이 대략 670억달러의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BoA가 340억달러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웰스파고와 씨티그룹도 각각 150억달러와 50억~100억달러의 자본확충을 요구 받았다는 관측이다. BoA는 자본확충을 위해 정부가 보유한 300억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한편 중국 건설은행 지분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GM계열 소비자할부금융 업체인 GMAC는 115억달러의 자본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모건스탠리도 15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하라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과 리전스파이낸셜도 자본확충을 요구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JP모건을 비롯한 골드만삭스ㆍ뉴욕멜런은행ㆍ아메리칸익스프레스ㆍ캐피털원ㆍ메트라이프ㆍBB&T 등은 양호한 재무상태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은행들은 다음달 8일까지 자본확충 및 부채비율 감축 계획을 제출하고 6개월 뒤인 오는 11월9일까지 자본확충을 마무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로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금융권의 부실이 공개돼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순기능적 측면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는 은행들의 재무상황이 최악은 아니라는 판단도 한몫한다. 미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낸 윌리엄 이삭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은행들의 문제가 해소되기 시작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최종적으로 낙관하기는 어렵고 설사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이미 시장에 안도감이 팽배해 있어 지금 시점에서 호재로 보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미 정부가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통해 은행 경영권에 개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확충을 요구 받은 은행들이 민간자본 유치에 실패할 경우 은행 국유화 논란으로 금융권은 또 한번 홍역을 치를 수도 있다. 여기에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이 뚜렷이 구분되면서 부실은행이 뱅크런 등으로 경영난에 봉착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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