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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아가사'
700석 규모 극장으로 무대 ?グ?
미궁 속 스토리·강력한 반전 매력
● 연극 '유도소년'
경찬役 박해수 합류… 액션 정교해져
내 경험담 같은 이야기에 공감·위로
지난해 초연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은 창작 공연 두 편이 다시 관객을 찾았다. 초연보다 강력한 스케일과 캐스트, 정교해진 스토리를 내세운 이들 작품이 다시 한 번 감동 신화를 쓸 수 있을까.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큰집 이사 뮤지컬 '아가사'=관객은 극의 시작과 함께 영상을 따라 거대한 라비린토스(괴물을 가두었던 그리스 신화 속 미궁)로 빨려 들어간다. 괴물에 맞설 검과 돌아갈 길을 표시할 붉은 실을 든 채 미궁에 들어간 테세우스처럼 관객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되짚으며 미궁 한가운데 사는 괴물과 마주한다. 뮤지컬 '아가사'는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종 실화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로 지난 2013년 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고 올핸 700석 규모의 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을 만나고 있다.
화자와 시점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거대한 미궁 같은 스토리는 이 작품의 매력이다. 아가사의 이웃집 소년 레이먼드가 실종의 배후를 추리하는 과정과 아가사가 정체불명의 작가 로이와 미완성 소설 '미궁 속의 티타임'을 집필하는 내용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사건의 실체에 다가선다. 관객은 현재와 과거,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여자로서도 작가로서도 상처투성이였던 아가사를 발견하고, 평범한 인간의 내면이 곧 괴물이 사는 미궁임을 깨닫는다.
전반적으로 헐거워진 짜임새는 아쉽다. 초연 대비 공연 시간이 25분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가사와 로이, 레이먼드를 잇는 관계와 동기는 오히려 흐리멍덩해졌다. 아가사와 복잡다단한 감정을 나누며 강력한 반전을 안겨준 로이 캐릭터는 초연의 강렬함을 일부 잃은 듯하고, 청년이 된 레이먼드가 아가사를 다시 찾아가는 이유를 비롯해 이야기의 주요 동기나 단서도 크게 생략됐다. 가사 전달을 방해하는 거친 음향과 무대 전환을 위한 잦은 암전도 내내 거슬린다. 5월 1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강력 캐스팅·정교한 액션 연극 '유도소년'=연극 '유도소년'은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개막했음에도 전 공연 전 석 매진을 기록했다. 오히려 관객들의 요구로 공연을 2주 연장하기까지 했다.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했을 법한, 그래서 공감 가는 스토리가 흥행의 열쇠였다. 박경찬 작가가 본인의 경험담으로 만든 이 작품은 전북체고 유도선수 경찬이 1997년 전국체전에 출전하며 겪는 '짝사랑-연적과의 대결-슬럼프 극복'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풋풋한 청춘의 성장 이야기를 그렸다. 그저 좋아서 했던 유도가 대입을 위한, 승리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순간 경찬은 그저 도망치기만 한다. '나는 왜 유도를 하는가.'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경찬은 저마다의 슬럼프에 빠져 고뇌했던 수많은 누군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나름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하며 열심히 산 경찬의 모습을 통해 관객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는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흥행 배경을 말했다.
배우들의 호연 속에 유도선수, 권투선수 등 등장인물의 스포츠 액션도 더욱 정교해졌다. 다만 90년대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삽입한 가요와 작품 곳곳에 심어 놓은 유머는 필요 이상으로 과해 다소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초연 배우 홍우진과 박훈이 경찬 역을 다시 맡은 가운데, 박해수도 같은 배역으로 합류했다. 5월 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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