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지 1만 5,000여년, 그들이 인간의 가치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만 2,000여년이 지난 후부터다.
본격적인 서양 철학은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전인 기원전 6세기경 에게해 주변의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됐다. 서양문명의 두 기둥 중 하나인 헬레니즘이란 용어는 그리스어로 헬렌(그리스인)이라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철학의 발명은 인류의 삶과 자연현상이 신(神)에 얽매여있던 과거와 달리 인간의 지성을 발견했다는 데 있다. 자연현상과 인간의 삶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사유를 시작했다는 것.
인간 중심의 사고를 시작한 계기가 된 철학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탈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모두 한번씩은 들어봄 직한 아는 철학자들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는 번뜩 떠오르지 않는다.
독일 만하임 대학교에서 소피스트 정치철학을 전공한 이한규 박사는 서양 철학이 시작된 계기를 비롯해 그리스에서 철학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은 물론 당시 철학자들의 삶과 주요 활동을 연대기순으로 정리했다. 책은 철학자의 시대적 배경과 사상에 대한 정리는 물론 독자들의 잘못된 지식도 바로잡아준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은 그가 실제 남긴 말이 아니라는 것, 쾌락만능주의로 오인받는 에피쿠로스는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지나친 욕구는 행복을 방해하기 때문에 절제의 미덕을 강조한 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박사는 “고대 철학은 인간에 대한 심오한 탐구가 주요 주제였다. 공동체적 삶에서 멀어지면서 인간의 가치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하는 현대인들에게 고대 철학자들이 그 답을 던질 것”이라며 “아울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적인 유산이 서양 역사를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책은 탈레스가 활동했던 기원전 6세기부터 아테네의 아카데메이아가 페쇄된 6세기 초에 이르는 1,000여년 간의 철학사를 한 권에 담았다. 당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치적 환경의 변화를 함께 익힐 수 있어 서양의 정신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기에 손색이 없다.
비록 단숨에 정리되지는 않지만, 나와 이웃에 대한 관심이 싹트는 청소년들은 서양문화가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를 이해하고 동서양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에 필요한 정신적 가치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창시절 한번 씩은 배우고 지나갔지만 가물가물해진 성인들이 읽는다면 고대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적 결핍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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