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 1로 모는 수가 있었다. 이것으로 백의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이젠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장문을 쳐보았자 흑2로 강인하게 버티어서 그만이다. 수가 날 듯하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참 재수없게 걸려들었네. 이런 모양에서 아무 수도 나지 않다니."(서봉수) 이세돌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백2로 모양을 갖추었는데 홍성지는 아예 흑3으로 못질을 해버렸다. 이것으로 우하귀 일대에는 거대한 흑진이 완성되었다. 바둑판의 4분지 1에 해당하는 입체적인 진영이다. 집으로 거의 60집에 가깝다. 백6은 나머지 땅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착점이지만 흑이 7로 쿡 찌르자 대번에 울타리가 찌그러지고 있다. 홍성지의 흑19를 보고 검토실의 김성룡이 껄껄 웃었다. "못 말리는 낙관벽이야. 꼬랑지 몇 점만 뜯어먹자고 여유를 부리고 있어."(김성룡) "뭐 꼬랑지만 잘라먹어도 흑이 좋은 것은 사실이야. 뭐라고 할 수는 없어."(서봉수) "왜 그러십니까. 끝낼 때 끝내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생긴다는 걸 잘 아시면서…."(김성룡) 흑19는 확실히 완착이었다. 참고도2의 흑1,3을 먼저 두어놓고 비로소 흑7로 이었더라면 백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실전보의 흑19로 이길 수만 있다면 완착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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