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진 국제 유가가 원유 재고 증가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는 수수께끼에 직면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원유가 거래되기 시작한 이후 원유 재고는 최고치에 달했지만 유가는 2009년 7월 거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미 상무부 산하 에너지정보국(EIA)이 밝힌 지난주 석유 재고는 11억3,000만 배럴. 이는 최근 20년 만에 최대치다. 난방유와 경유도 지난 1983년 이후 가장 많은 재고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제 원유시장의 움직임은 딴 판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5.42달러에 마감했다. 1년 전 수준 그대다.
이에 대해 WSJ은 재고량 등 수급에 따라 움직이던 유가가 점차 금융시장 동향에 영향을 받는 ‘이상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후 유가 와 주가의 상관 관계는 평균 34% 수준이었으나 최근엔 이의 2배인 70%를 넘고 있다. 앞서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유가와 주가의 상관관계는 0.1%에도 못 미쳤다. 유가와 주가의 동조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쯤 이지만 최근처럼 높은 상관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된 적은 없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WSJ은 “뉴욕증시와 뉴욕상업거래소가 모두 국제적 투기자본과 대규모 투자은행이 암약하는 장소가 됐다”면서 “이 때문에 유가가 주가 흐름에 따라 오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펀더멘털보다 기술적 흐름에 기초해 매매하는 펀드 매니저들이 양쪽 시장에서 동시에 매매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에너지투자 자문업체인 유나이티드 ICAP의 애널리스트인 월터 짐머만은 “이런 상관관계가 장중 가격 움직임뿐 아니라 휘발유와 난방유, 은 등 다른 상품 시장으로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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