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서구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3개국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살포 의혹과 관련, 이르면 이번주 초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공습이 이르면 이번주 초반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격은 일회성에 그칠 것이며 서방 국가들이 반군 편에서 군사개입을 지속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미 국방부가 몇달 전 준비한 군사공격 목표 리스트가 백악관에서 회람되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면 화학무기 기지와 군부대ㆍ정부청사 등을 크루즈미사일로 공격할 준비가 갖춰졌다고 전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익명의 성명을 통해 "알려진 희생자 수와 이들의 증상, 증인들의 목격담 등을 종합해볼 때 화학공격이 있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앞서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입장을 밝힌 영국ㆍ프랑스와 같은 선에 섰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지난 21일 시리아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협조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26일 유럽1 라디오에 출연해 시리아 내전에 대한 군사개입 여부를 수일 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시리아 내전을 관망해온 서방 국가들이 군사개입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경계심을 바짝 높이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유력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반군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며 "미국이 시리아 침공을 감행한다면 베트남전부터 오늘날까지 그들이 일으켰던 모든 전쟁에서처럼 실패를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시리아를 둘러싼 서방사회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국내의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쉽게 군사개입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또 다른 중동 개입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대여론이 제기되며 오바마 정권의 정책결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늑장대응을 비난해온 공화당 등 의회는 물론 여론의 물밑동향이 지난주 말을 고비로 '개입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걸프전 영웅이자 중도파인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은 25일 CBS방송에 출연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미국은 개입보다 관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아사드 정권과 이슬람 영향권 내에 있는 반군 가운데 어느 한쪽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며 "내전의 양측 가운데 한쪽 편을 들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밥 코커 상원 외교소위 대표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공격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의회가 다음주 개회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신중론을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이 24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응답자의 60%가 정부의 시리아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13일과 화학무기 공격 직후인 22일 조사에서는 '공격 반대' 여론이 각각 41.6%, 48.5%에 그쳤지만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이 불거진 후 반대여론이 되레 급증한 것이다.
로이터는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반인륜적 행위를 응징하려는 세계경찰국으로서의 위상과 자국의 이익 사이에서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행정부의 성명이 익명으로 나온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조기 군사개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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