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프 대통령은 17일 베를린 대통령 궁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은 폭넓은 신뢰를 받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지난 몇 주간 국민들에게 이러한 신뢰를 보여줄 수 없었던 만큼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느낀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그러나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 “실수는 있었지만 합법적으로 행동했고 거짓 없이 정직했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불프 대통령은 니더작센주 총리 시절인 지난 2008년 주택 구입을 위해 특혜성 저리의 사채를 쓴 사실이 독일 일간지 빌트를 통해 지난해 말 세상에 알려졌다. 그 이후 이 신문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끊임없는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현지 언론들은 독일 검찰이 대통령 수사 면책권 박탈을 의회에 요구한 것이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했다.
독일 경제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면제권 철회 요청은 사상 처음”이라며 “전날 하노버 지방검찰청이 불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면제권 박탈을 연방하원에 공식 요청한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볼프 대통령의 사임으로 중도우파 연정의 의석 수가 주는 등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입지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P)의 부당수 출신으로 메르켈 총리가 추천해 지난해 5월 취임했다.
야당인 사회민주당의 의원들은 불프 대통령을 지지한 메르켈 총리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회민주당은 “대통령직이 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는 자리인데 그 권위가 훼손됐다”며 “메르켈 총리는 그 책임을 지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불프 대통령의 사임은 메르켈 총리에게 거대한 방해물이 됐다”며 “대통령의 몰락은 결국 메르켈 총리의 정치 생명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열릴 예정이던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그는 이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사의표명에 대해)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차기 대통령 지명과 관련해 집권 연정과 우선 논의를 하고 초당적인 공동 후보를 지명하도록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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