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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이 알려진 19일 오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부산에 있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여성정책 공약발표를 위해 부산을 방문하던 중 "안 원장이 출간한 책에 보면 대선 출마가 확실하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박 전 위원장은 안 원장의 지지율이 처음 자신을 뛰어넘었을 때도 입장을 묻는 질문에 웃기만 했다. 정치권은 유력 대권 주자로서 여유를 보이겠다는 제스처로 해석했다. 안 원장과 자신에 겹치는 중도성향 유권자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동이기도 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안 원장에 대해 "사실 잘 모르겠다. 뭐를 생각하고 계신지…"라며 "안 원장 같은 분과 같이하면 좋다고 생각하는데…생각을 모르니까 뭐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고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안 원장이 대권 출마에 분위기만 조성한 채 행동에 나서지 않는 점을 꼬집은 발언이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안 원장의 책 출간에 관심이 집중되자 신경이 쓰이는 표정이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비공식 출마 선언을 한 것"이라면서 "안 원장은 경쟁보다 추대 같은 특혜를 원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공식 출마 선언을 하거나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책 출간에 따라 지지율이 오르겠지만 다른 주자처럼 대권 주자로 적극적인 행보를 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과 오차범위에서 지지율을 다투고 있어 약간의 상승세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부산 출신의 한 친박계 의원은 "안 원장은 민주통합당 지지자 전부와 중도 일부를 갖고 있어 가장 위협적인 존재"라면서 "박 전 위원장이 2030세대를 잡아 지지율을 현재보다 5%포인트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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