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던진 화두는 '달러 자산을 늦게 전에 팔아라' 였다. 달러로 상징되는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 극복 이후에도 순탄치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빌 그로스 CIO는 실제로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지만 "앞으로 3~5년간 잠재성장률이 3%에서 2%로 떨어질 것"이라며 경기침체 탈출 이후 미 경제의 저 성장구조를 예상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금융위기 이전처럼 빚을 내 흥청망청하던 경제 구조가 빚에 덜 의존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과도한 레버리지 시대로의 복귀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빌 그로스는 또 미래에 다가올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미국의 정책 당국이 과다하게 풀린 유동성 환수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미국 경제회복을 알리는 긍정적 지표가 잇따르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최장으로 기록될 미국의 경기 침체가 언제쯤 끝날 것으로 보는가. ▲ 미 경제가 이미 바닥을 찍은 것 같다. 그러나 바닥에 도달했는지를 판단하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더 주목해야 한다. 미 경제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더라도 강력하고 신속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정책 당국은 공격적으로 경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집값은 더 떨어지고 실업률은 더 오를 것이다. 특히 미국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더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앞으로 3~5년 동안 3%에서 2%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미 경제가 앞으로 저 성장 구조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레버리지(차입투자) 시대의 종말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연방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빚(국채)을 내는데, 주로 중국을 비롯한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빚을 내기는 소비자와 금융 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금융 위기 이전과 같이 빚을 내 흥청망청하던 과거로 복귀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소비자, 금융기관 역시 디레버리지(차입축소) 과정에 있다. 미국의 저축률이 5%를 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 산업의 규제강화도 회복세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제구조 자체가 빚을 덜 내는 '새로운 경제'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것은 경제 성장률을 완만하게 이끌 것이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핌코는 한국 투자를 늘릴 의사가 있는가. ▲한국은 핌코의 고객이자 투자 대상국이다. 한국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다만 핌코는 한국에 지점이나 사무소를 개설해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신종 플루(SI)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는가. ▲SI의 확산상황에 따라 달려있지만,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제한적이다. 세계 보건 당국이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관광 등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 이후 정부의 역할이 과다하게 커졌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시장 개입은 금융시장 안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의 시장 개입은 생산성의 저하를 낳는다. 과거 민간 부문이 뒷받침하는 재화의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정부가 일정 부분 대신하면서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규제와 감독강화, 세금 인상 역시 성장을 저해한다. 글로벌 경제는 보호 무역과 재정 관리 실패 등 '정책 실수(policy mistakes)' 가능성에 매우 노출돼 있다. -미국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은 출구전략을 강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구제금융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단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 우려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낮은데다 선진국의 경제가 미약하고, 저축률이 올라가고 있어 당장의 물가 상승 가능성은 낮지만, 공급 측면의 '쇼크'는 인플레이션을 급격히 끌어올 릴 수 있다. 또 정책 당국이 차입 축소로 대표되는 '새로운.경제'가 창출하는 잠재 성장률 저하를 잘못 해석하거나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신속히 (통화긴축으로의) 탈출구를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책 당국은 대규모 유동성을 회수하는데 고전할 수 있다. -귀하는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해왔는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까지도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가. ▲글로벌 금융 시장이 안정되자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달러는 이머징 마켓 통화 대비 약세가 불가피하다. 이머징마켓은 성장률과 생산성이 높고, 투자자에게 더 많은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달러의 리스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연계돼 있다. 미 정책당국이 적절한 시점에 과다한 유동성을 적절히 흡수할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면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 안정성은 훼손될 수 있다. 미국 재무부채권(TB)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과도한 재정 적자 부담 등으로 심각한 '국가 리스크(sovereign risk))'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정책 당국자들이 달러가치 훼손을 막지 못할 것에 대비해 스스로의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 달러의 평가절하 강도는 달러의 실물자산 대비 하락. 즉 인플레이션 보다 더 심할 것이다. -중국은 미 국채 투자의 안정성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중국이 미 국채를 대거 매각할 가능성이 있는가. ▲중국은 미국에 국채 투자 안정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최대 채권국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중국경제가 수출주도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날 만큼 충분히 성숙하거나, 페그제인 위안화가 자유변동 환율제로 전환하지 않는 한 중국은 달러표시자산 투자에 계속 나설 수 밖에 없다. 중국 당국은 보다 수익률이 높은 다른 화폐로 보유 외환을 다변화할 수는 있을 것을 것이고, 미 국채 보다는 다른 달러자산 투자를 늘릴 가능성은 예상된다. -앞으로 어떤 분야가 유망한 투자처인가. ▲정부가 보증을 서는 양질의 금융 채권과 유틸리티, 통신, 건강관련 분야의 투자가 좋다.이런 분야는 미 국채 보다 2~4%포인트 수익률이 높을 것이다.
■ 빌 그로스는 세계 최대 채권투자기관인 핌코의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0). 핌코는 운용자산 7,600억 달러 가운데 95%를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01년 포춘지는 그에게 '채권왕'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붙였다. 그로스의 투자 전략은 포토폴리오의 분산과 과감한 배팅으로 유명하다. 지독한 일벌레인 그는 집념의 승부사로도 불린다. 대학 졸업 후 투자이론을 실험해 보기 위해 3개월간 블랙잭에 몰두했다고 한다. 당시 터득한 리스크 관리와 수학적 사고는 채권투자의 밑거름이 됐다고 그 스스로 밝히고 있다. 지난 해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붕괴 위기가 처했을 때 단 하루 만에 17억 달러를 벌었다. 미 정부가 두 국책기관을 망하도록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정부의 구제금융 발표에 앞서 채권을 대거 사들인 것이 적중했다. 그는 우표 투자에 심취해 8,000만 달러 상당의 희귀 우표를 소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44년 미국 오하이오주 미들타운 출생 ▲66년 듀크 대학 심리학과 졸업, UCLA 경영학석사(MBA)▲70년 퍼시픽뮤추얼생명보험 채권 애널리스트 ▲71년 핌코(PIMCO) 창립, 최고투자책임자(CIO) ▲07년 포춘 선정 미 380위 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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