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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을 4~10%씩 쪼개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확정하고 5번째 민영화 시도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지난 석 달간 진행한 비공식 수요조사에서 매수 의사를 나타낸 투자자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매각 추진 시기는 추후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21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기존의 경영권 매각 방식 외에 과점주주 매각 방식도 추가로 추진하기로 심의·의결했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 중 30~40%를 4~10%씩 나눠서 파는 방식이다. 지분율 상하한선은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은행을 보유할 수 있는 한도(4%)와 그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포기 조건으로 금융위 승인을 받아 보유할 수 있는 한도(10%)를 고려해 정했다. 입찰방식은 국가재정법상 높은 가격을 제시한 순으로 입찰자에게 희망하는 물량을 배분하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다만, 추후 기획재정부와의 논의를 통해 단일가격 매각 방식 채택도 검토할 예정이다. 과점주주에게 30~40%를 매각한 후 남은 잔여지분은 정부가 당분간 보유하면서 민영화를 통해 주가가 오르면 추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원칙적으로는 지분 30%를 통으로 매각하는 경영권 매각 방식 외에 과점주주 매각 방식도 병행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사실상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박 위원장은 "경영권 매각도 원하는 투자자가 있으면 검토하지만 지금은 그런 투자자가 없고 있더라도 복수여야 한다"며 "우선 과점주주 매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자위는 이날 매각 추진 시기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했다. 정부가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놓고 지난 3개월간 국내외에서 수요조사를 진행했지만 매수 의사를 나타낸 투자자가 해외 사모펀드(PEF)와 국내 산업자본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지분 30~40%를 소화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확인된 투자수요만으로는 당장 매각을 추진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시장 수요가 확인되고 매각을 위한 여건이 성숙됐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매각에 앞서 우리은행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MOU)' 지표를 대대적으로 손질해 영업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에 매각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연내 우리은행 민영화 여부는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올 상반기에 진행했던 수요 조사에서는 숨어 있던 투자 수요가 하반기에 갑자기 출현하지 않는 이상 상황 변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0월 위원장을 비롯한 공자위 소속 민간 위원들의 임기가 대부분 만료되면서 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역시 매각 작업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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