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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책·나비에 투자… 문화 재테크 뜬다

주식 등 전통투자처보다 수익률 높아


미국에 사는 파트리지오 디 니콜라씨는 몇 년 전부터 지난 1926년 처음 출시된 디즈니 그림동화 '위니 더 푸' 초판(사진)을 비롯해 수십년 전의 그림동화 초판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주식ㆍ국채ㆍ예금 등 전통 투자처들이 힘을 못쓰자 문화상품을 사들이는 일명 '문화 재테크'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짠 것이다. 니콜라씨는 "4년 만에 수익률이 3배를 넘었다"며 "노후도 연금 대신 문화 재테크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계 금융위기로 주식ㆍ국채시장이 출렁이고 금리 또한 유례없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자 투자처를 잃은 미국인들이 문화 재테크에 적극 나서고 있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그림동화 초판을 비롯한 희귀도서ㆍ와인ㆍ사진ㆍ나비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사들이고 있다.

문화 재테크족(族)이 문화상품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전통 투자처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위니 더 푸 초판의 경우 2008년 1,825달러(약 210만원)에 거래됐지만 불과 4년 사이 4배 넘게 올라 현재는 7,000달러(약 800만원)를 호가한다. 프리미엄 와인 가격도 지난 10년 사이 8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8년 이후 주식 수익률은 13%에 불과했고 국채 또한 30%의 수익률을 내는 데 그쳤다.

미국 기업과 금융당국이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2002년 에너지 기업인 엔론 파산사건부터 최근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스캔들과 투자손실이 잇따르자 차라리 안정적이고 투명한 문화상품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이런 추세가 확산되자 관련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문화 재테크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토로브투자회사를 비롯한 경매업체들은 문화상품 시세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문화상품의 종합적인 가격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도 최근 출범했다.

다만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베데스다투자회사의 마리 말구아르 회장은 "노후자금을 문화재에 '올인'했다가 수년 후에도 가격이 그대로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철저한 상품분석과 분산투자 등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위험한 투자방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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