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ㆍ구운몽ㆍ춘향전 등을 통해 우리 고전의 깊은 의미를 캐 내어 오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40여 년간 국문학을 연구해 온 설성경(69ㆍ사진) 연세대 명예교수는 15일부터 4주간 동대문 도서관에서 열리는 고전인문학 강좌 ‘한국고전의 비밀스런 탐독’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SK텔레콤과 한국출판인회의가 후원하는 이번 고전 인문학 강좌는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이라는 브랜드를 내 걸고 2014년 2월까지 서울시 주요 시립도서관 21곳에서 19개의 고전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각 강좌당 5개 강의로 구성)을 잇따라 개최한다.
1990년대부터 일반 시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국문학 강의를 해 온 설 교수는 “우리 고전을 진부한 옛이야기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양문화가 젊은 세대의 정신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우리 고전에는 한국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어 한번쯤은 읽어서 깨우쳐야 하는 문화적 보물창고(寶庫)”라며 “홍길동전에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야성적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구운몽에는 진리를 외국으로까지 전파하는 적극적인 교육관이 담겨있으며, 춘향전에서는 한(恨)과 흥(興)을 조화롭게 드러내어 우리로 하여금 흥한(興恨)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이끌고 있다. 이는 한반도를 넘어 세계와 통할 수 있는 문화적 코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고인돌’강좌의 의미에 대해 설 교수는 “기초학문, 순수학문이었던 인문학이 그동안 꾸준하게 연구되어 이제는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통한 응용학문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고전의 심화된 내용과 그동안 쌓여온 융복합적 응용가능성을 중간 유통없이 직접 전문가와 현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설 교수는 이번 강의에서 문학 고전을 통한 현실 문제의 해법 찾기에 포커스를 맞출 예정이다. 그는 “구운몽은 숙종시대에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암투, 치열했던 당파 싸움 등 복잡한 정치적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며 춘향전은 경상도 출신의 이도령과 전라도 출신의 춘향을 통한 지역간 갈등의 해법이 숨어있다”며 “오늘날 세대간ㆍ지역간 갈등, 직장내의 인간관계 등 복잡한 개인적ㆍ사회적 긴장과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홍길동은 한국인의 대명사처럼 불리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홍길동전은 단순히 강도를 미화한 문학작품이 아니다. 서자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홍길동을 통해 개인과 가정 그리고 나아가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그 해법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것”이라며 “학벌, 승진, 인맥 등으로 고민하는 젊은 세대에게 홍길동은 좋은 스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국문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후학을 키워온 설 교수는 고전 속의 인물들을 오늘의 시대에 되살리기 위해 고전과 다양한 사료를 확인하며 연구해, 춘향전의 비밀, 구운몽의 비밀, 홍길동의 삶과 홍길동전, 북한의 고전문학, 옥루몽의 작품세계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또 춘향예술연구회장, 서포기념사업회 부회장, 남해유배문학관 명예관장 등 한국고전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설 교수의 ‘한국고전의 비밀스런 탐독’은 동대문도서관(11월 15일~12월 13일), 영등포평생학습관(11월 19일~12월 17일), 강동도서관(11월 29일~12월 27일), 양천도서관(12월 27일~2014년 1월 24일), 강남도서관(2014년 1월 13일~2월 17일) 등에서 열리며, 강의는 춘향전, 홍길동전, 별주부전, 구운몽 등에 대해 각 도서관별로 4주씩 이어나갈 예정이다.
강의 신청은 무료이며 자세한 일정은 서울시교육청 평생 학습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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