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차가 인도 현지에 콤팩트 세단 생산설비를 갖춘다. 표면적으로는 시장점유율 2위인 인도에서 중형세단과 소형차의 중간급인 콤팩트 세단을 새로운 전략차종으로 추가해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지만 강성 노조에 대한 부담도 이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전장 4m 이하의 콤팩트 세단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기준으로는 엑센트ㆍ프라이드급의 소형차다. 이미 엑센트나 유럽 판매용인 i20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새 차종을 개발해 판매하려는 이유는 라인업 확대를 통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새 콤팩트 세단은 경차는 마음에 차지 않지만 중형 세단은 아직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인도 소비자들을 겨냥한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장이 4m 이하인 차량은 소비세가 저렴해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다. 인도 정부가 자동차에 부과하는 소비세는 전장 4m 이하가 12%, 4m 초과가 22%다.
현대차 관계자는 "i10을 기본으로 한 콤팩트 세단을 개발 중이지만 구체적인 사양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 밖에도 인도에서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의 출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출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인도 시장에 맞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개발되고 있다.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에 현대차가 성공적으로 진입할 경우 첸나이 공장의 생산량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하반기에 국내 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2008년 40%에서 지난해 56.8%, 올해 상반기 61%까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이 같은 전략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특근·잔업 거부 등으로 빚어진 생산 차질액은 올해부터 현재까지 이미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인도 자동차제조협회(SIAM)는 현재 190만대 규모인 인도 자동차 시장이 오는 2020년에는 연간 900만대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의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20대로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i10, i20, 이온(EON), 쌍트로 등 경차 위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덕분에 현재 현지 시장에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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