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가 아들의 모교에 장학금을 내놓았다. 지난 26일 오후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 교장실을 찾은 40대 중반의 부부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장동현(신부) 교장에게 1억원이 든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외아들 박준형(19ㆍ사진)군의 평소 모교 사랑 뜻을 기리고자 받은 보험금을 장학금으로 써달라는 취지였다. 한달여 전인 8월21일 저녁 조선대학교 체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군은 집 근처인 북구 삼각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2005년 2월 살레시오고등학교를 졸업한 박군의 빈소에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조문을 와 눈물바다가 됐다. 외아들을 잃은 부모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뜬 박군을 기리는 뜻에서 보험금으로 받은 1억원을 의미 있는 데 쓰기로 마음을 먹고 박군의 모교에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했다. 장 교장은 27일 "박군은 졸업 후에도 선생님들을 뵙기 위해 자주 학교를 찾을 정도로 애정이 깊은 학생이었다"며 "부모의 아름다운 뜻이 훼절되지 않도록 가난이 걸림돌이 돼 대학진학을 걱정하는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조만간 '박준형장학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박군의 자취를 찾고 부모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학교 주변에 조그마한 기념비 등 기념물도 만들 계획이다. 박군의 어머니 김미령(43)씨는 "준형이 후배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장학금을 기탁했다"며 "그런데 준형이는 이 세상에 없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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